정적을 없애다 -박원주- 가장 작은 입이 제일 시끄럽다. 눈도 귀도 정적이 싫어 떠드는 입을 가만히 듣고있다. 정적이 흐르면 자신을 쳐다볼까봐 어수선한 머리속을 들여다볼까봐 빈 가슴속에 손을 넣을까봐 쉴새없이 떠드는 입으로 자신을 가렸다. 날씨가 우중충해서 우울증 걸리겠다는 둥 오토바이 타다 경찰에 걸려 벌금을 냈다는 둥 바다에 둥둥 입만 동동 띄운 채 벌거벗은 나는 절대 꺼내지 않았다. 머리가 됐다 다리가 됐다 입이 분주하다. 입이 떠들고 입이 웃고 나를 먹고 서로를 먹고 우리를 먹었다. 모든 연기를 마친 입은 우리를 꼭 담은 채 자신이 머물던 정적 속으로 돌아갔다. 우리가 그토록 싫어했던 정적을 나들은 그토록 사랑하게 되었다. 허기진 입이 또 글감을 우걱우걱 쑤셔넣으며 다음 만날 우리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