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염색체 -박원주- 흰 털은 뽀족한 끝에서 거꾸로 자란다. 땅을 뚫고 나오기 싫어서 하늘 끝에서 자란다. 검은털에 붙어서리 단물을 쪽 빨아먹고 버린다. ”나쁜 놈. 너는 염색감이야!“ 태곳적부터 시작된 치열한 흑백의 싸움은 염색하는 날 원래의 검은 우주로 몽땅 복귀하였다. 검은 털 달린 동물들은 왜 털이 나는지 왜 털이 검은지 왜 끝없이 계속 자라는지도 모른채 갑자기 난 흰털에 경악하며 후다닥 뽑아버린다. 우리 백의민족 아니냐 하얀 천사같지 않으냐 하얀 색이 눈처럼 좀더 고결하지 않으냐 그냥.. 늙은 흰 머리가 싫어 나이 들어보이기 싫어 아담과 하와가 걸쳤던 무화과 나무잎처럼 우선 해괴망측한 하얀 죄악을 가리고 본다. 아서라. 나중에 염색할 털도 없으면 어쩌려고 그러냐? 괜찮아요. 우리에겐 가발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