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 3

비워진 공간 -24.5.15.(수)

비워진 공간 -박원주- 비워진 곳에는 나름의 이유가 산다. 비워져 보여도 가득 찬 공간이 산다. 하늘에 찬 공기처럼 우주에 찬 존재처럼 존재로 채우지 말아야할 거룩한 공백이 산다. 존재가 채우면 터져버릴 여백의 DMZ. 나를 절대 채우지 말어야할 공백의 판도라. 비워둬야 울려댈 아득한 빈 언약이 산다. * 누런 코가 나와서 병원에 갔더니 부비동에 염증으로 코가 가득 차 있다.

나 벗기 -23.12.9.(토)

나 벗기 -박원주- 태어나 그리 크게 운게 가진게 하나 없어서였을까? 열심히도 날 위해 살았구나. 무얼 위해 살까? 어디서 어디로 갈까? 찾을수록 알수록 그만큼 나를 벗었다. 채운 의미만큼 나를 비웠다. 부모란 사랑만큼 나를 벗고 배우자란 사랑만큼 나를 비우고 자녀란 사랑만큼 나를 벗고 신이란 사랑만큼 나를 비운다. 나를 모두다 벗어야 마치는 인생. 모든 걸 비워야 가벼운 인생. 무(에서) 왔으니 무(로) 가는게 인생. 내 중심에서 놓지 못한 것들. 붙들고 있기엔 언젠간 버거운 것들. 과거는 미련했고 현재는 우둔하며 미래는 어리석을 나의 것. 불순물처럼 이는 바람에 요동칠 내 번뇌들. 가치를 위해 나를 버린다.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자비, 선, 충성, 온유, 절제. 언젠가 나를 다 비우면 무엇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