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나무위에서
박원주
견고한 문명이 세워진 도시
사막의 강 곁에는
죽순같이 시멘트 나무가 대지를 뚫고 자란다.
가지도 잎도 없는 간략한 생명의 성장.
바다에 모래 씨앗을 반죽해 높다란 긴 해변을 세워다 놓는다.
간만에 하늘이 전하는 바다의 빗소리에
나무속에서 구부정한 벌레들이 웅성 되기 시작한다.
용케도 한 마리 벌레가 꼭대기까지 기어 올라
저 멀리서 불어오는 미역 내음을 맡고 있다.
어디선가 내리는 싱거운 바다.
허기져 메마른 몸으로 죽 들이켜 보지만
다 자란 네모난 줄기는 옆으로만 퉁퉁 불을 뿐이다.
어느덧 나무껍질 속에서 속삭이는 바닷물의 소리
빈 공간 속 추억 사이로 침식의 파도를 철썩 울린다.
울리는 고동소리에 미역꽃을 피우고 파도
소금같이 하얀 옛 추억의 뿌리를
빗물 속에 녹여 간을 맞출 뿐이다.
다시 어슴푸레 해가 밝자
벌레는 시멘트 속으로 슬그머니 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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