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추억의습작들('08)

2πr[9] 그네가 쉬는 숲

별신성 2012. 2. 15. 20:45

 그네가 쉬는 숲 

        박원주 

머언 시골길 돌아 태양만이 자는 숲. 
어리숙한 두 바늘 나무에 그네가 거꾸로 달려있다. 

잠자던 그네에 앉아 살며시 인생의 무게를 달자 
침묵하던 시간의 추가 이내 흐른다. 

매달린 두 팔로 메마른 추억 속 레코드판을 쓰다듬으며 
고였던 신원(伸寃)의 눈물을 쏟아 흘리는 그네의 자취. 

저 푸른 창공 속으로 제 몸을 적시고 파도 
가고픈 알프스 초원, 지평선 끝을 달리고 파도 
날아갈 수도 디딜 수도 없이 
지쳐버린 그네의 영혼. 

외딴 시골길 태양만이 자는 숲에는 
하늘과 땅을 그리는 그네가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