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의 습격
-박원주-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작다고 받은 멸시가 서러워서
쪼그라져 산 시절이 서러워서
작은 것들이 큰 것들을 공격해 댄다.
작은 뭉치가 돌격하며 큰 것들을 부숴 댄다.
피해자마냥 콜록대는 게 더 얄미워서
파도처럼 뒤덮으며 바다속에 쳐담근다.
세까만 습격에 큰 것들이 찢어지며
결국 항복하고 백기 투항한다.
처음부터 큰 게 어디 있으랴.
작은 것 없는 큰 게 어디 있으랴.
다시 안 작아질 큰 게 어디 있으랴.
작다고 놀리지는 말았어야지.
안 보인다 잊지는 말았어야지.
커지려고만 하지는 말았어야지.
먼지 한줌을 들이킨 큰 것들이
물 밖 뻐끔대는 물고기 마냥
물 속 뻐끔대는 인간 마냥
콜록콜록 숨가쁜 모습이
그저 한없이 가엾고 불쌍하기만 하여라.
* 간만에 비가 내려서 세계 최고를 찍던 하노이 미세먼지가 깨끗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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