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혀를 씹었다 -19.7.20.토

별신성 2019. 7. 21. 01:46

혀를 씹었다
-신성-

혀를 씹었다
평소 가까이 있어도
잘도 피하던 널
가차없이 씹었다

피맛이 날줄 알았다
모든 고뇌가 구멍으로 줄줄
새어나올 줄 알았다
혀는 아무맛도 없었다
말처럼 울려대던 언어의 뿌리는
아무 맛도 외치지 않았다
아니 혀는 혀의 맛을 전혀 몰랐다

혀에 금이 갔다
부드럽기만 했던 너가
지도에 그어진 선처럼 주르륵
깨져 버렸다
싸워야할 이유도 모른채
소리를 질러대는 적군처럼
혀에서 갈라진 혀가 불만스레
퉤퉤 침을 뱉었다

잠시 침묵이 지나고
혀는 다시 입에 붙었다
이제 살만하다 다시 재잘거렸다
긴 뱀이 사는 동굴속 똬아리를 틀고서
산채로 누가 들어오길 바라며
개미지옥처럼 심연 속에 몸을 박았다
씹히기전 무존재했던 공간의 틈으로
혀 바닥을 말아넣고 깊은 잠을 청했다

*얼떨결에 혓바닥을 씹었는데 피멍이 들고 좀 찢어졌다가 괜찮아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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