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사항의 처리 -박원주-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고객님.“ 고객이 입을 열자 혓바닥이 들썩들썩 마디마디 요구사항이 주렁주렁 열린다. ”네네. 알겠습니다. 고객님.“ 혓바닥에서 떨어진 열매들은 어느새 싹이 나고 가지를 치고 또 열매를 주렁주렁 연다. “네네. 알겠습니다. 고객님.“ ”네 다음 고객님~” ”네 다음요~“ 요구사항은 먹지도 못하는 열매를 잔뜩 달고 어느새 거대한 숲을 이룬다. 내가 진상이라 자랑이라도 하듯 열매는 또 싹이 나 두눈을 부릅뜬다. ”네 고객님. 양식을 채워주세요.” 양식을 채우지 못한 열매들부터 가차없이 버린다. 요구사항들이 날 좀 보소 목청을 높인다. “네 고객님. 처리 담당에게 말해둘게요.“ 요청사항들을 수확하기엔 손이 모자랄 뿐이다. “네 고객님. 내일 확인해서 말씀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