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 시간 -박원주- “거울아 거울아 이제 난 어떡하면 좋겠니?” 거울을 앞에 두고 싸인 나를 벗는다. 거울은 나를 제일 잘 알고있다. 벗은 날 많이 봐와서일까 날 바라보는 시선이 익숙하다. 벗고 싶어 하나둘 옷을 벗는다. 벗고 싶어 하나둘 피부를 벗는다. 벗고 싶어 하나둘 머리를 벗는다. 널부러진 나를 주섬주섬 헤집으며 해부학 시간에 쿵쾅대던 그 심장을 멍하니 바라본다. ‘나는 무얼 사랑하고 있니?’ 심장을 룰렛처럼 돌리며 어디를 향해 뛸지 묻는다. 돌고 도는 피처럼 돌고 도는 사랑은 정처가 없다.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머리를 알코올에 꺼냈다 담갔다 반복하며 머리에 쓰여진 글자를 읽어보려다 알코올에 흥건히 고인 여러 글자들을 건지며 남은 미련을 끼워맞춘다. ‘나는 무얼 느끼며 살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