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 후 소리
박원주
개구리야 일어나거라 봄이 왔단다.
얼었던 긴 혓바닥 햇볕에 풀어야지.
막혔던 숨구녕도 냉수마찰로 번쩍 뚫자.
쫄깃한 논두렁에 벌러덩 누워
수다스럽게 새 날을 노래 부르자.
18번에 주술이 풀려 만물이 춤추도록.
날개 있다 깝치는 파리가 구데기 까기 전에
입 달렸다 물뜯는 모기가 장구를 치기 전에
혓바닥에 찰싹 찰싹 뱀마냥 붙여서 먹자.
찬 겨울 미라 되어도 웃으며 든든히 잠들도록.
매서운 눈보라에 겨울잠을 뒤척이거든
지치고 헐벗은 사피엔스 님을 위해
고운 잠자리 하나 더 깔아 놓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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