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음, 그 사소함..
하지만 그 하찮음이 이 세계와 일련의 사건들을 구성하고 일으킨다.
#1.10 이상한 진딧물들
메뚜기의 습격으로 인한 전쟁아닌 전쟁으로 향기나라는 대대적인 정비 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치안에 취약한 딸기와 토마토같은 열매채소에 대한 정비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무관심 밖이었던 습지식물에서 전술에 능한 용병으로 향기들을 대거 고용했다. 그리고 개개 향기별로 자신만의 무기하나씩은 착용하도록 했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전쟁과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향기나라는 원래의 일상을 찾아가는 것 같았다. 가끔 이 시기에 발생하는 진딧물이 귀찮게 했지만 그건 봄에 일어나는 당연한 일상이였다. 향기나라라고 항상 좋은 일만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리겔. 안에 있나?"
가엘 소장님의 목소리다. 방문하실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일찍 오실 줄은 몰랐다. 아마 시퍼에 대해 궁금하신 것이 많으실 것이다.
"안녕하세요. 딸기마을과 치안 제정비로 많이 바쁘시죠?"
"아닐세. 그보다 메뚜기떼를 그만큼이나 몰고온 시퍼에 대해 궁금해서 잠이 오질 않네. 아직 제이 선생님 의식도 돌아오지 않아서 정보통이 시원치 않아. 자네라도 좀 귀찮게 해야겠네."
아직 제이 선생님이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걱정이다. 향기나라의 위대한 석학이신데... 저번에 출판하시려는 책도 너무 궁금한데 말이다. 나는 흔쾌히 허락했다.
"네. 바쁘신 분께서 시간을 쪼개서 오셨는데 제겐 선택권이 없는거 같네요."
"이런 네가 괜히 난처하게 하는 건 아니겠지."
가엘 소장님은 배려해주시는 듯 하시다가 바로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들어가셨다.
"자네 시퍼가 덩굴손을 가진 향기라고 말했지 않나?"
"네."
"덩굴을 가진 식물들은 이 사렛 마을 뿐 아니라 호수근처에는 몇 개없어. 나팔꽃이나 호박등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강인한 덩굴을 가진 향기라면 포도나 덩굴장미등을 고려해 보았지. 그 후로 그들의 행동을 관찰했지만 의심가는 일은 없었어. 근데 말이야."
가엘 소장님께서 나에게 무언가 발견한 듯한 신호를 보이시며 말씀하셨다.
"자네의 그 크류 차장 사건때의 진술로 보면 그 향기가 땅에서 움직였다고 했지?"
"네. 땅속에서 움직이는 향기는 처음봤어요."
"그렇겠지. 자네는 거의 이 맑은 호수근처에서만 생활을 했으니 말이야. 하지만 나의 생각으로 봐선 그 덩굴식물은 칡이 틀림없어!!!"
나는 사실 칡에 대해선 잘 몰랐다. 그래서 주워들은 내용으로 물어보았다.
"칡이라 하면 저 멀리 헐몬산에 산다던 그 칡 말인가요?"
"아닐세. 우리는 칡에 대해 잘 몰라서 헐몬산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죽음의 계곡에 산다네. 그들은 계곡 사이 사이의 흙 속에 뿌리를 박고 생활을 하지. 그리고 덩굴이 계곡을 덮을 정도로 아주 무성하게 자라지. 꽃도 보라색 꽃이 피는데 아직 이 호수 근처에서는 그 향기에 대해 들은 바가 적어."
가엘 소장님은 시퍼에 대해 많은 걸 모르신는 것 같았다. 시퍼가 가엘 소장님에 대해 아는 것에 비하면 말이다.
"근데 그 동굴에는 왜 나타났을까? 그리고 왜 크류 차장을 죽었을까? 음...놈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니 원...그렇다고 놈에 대해 아는 게 없는 상황에서 죽음의 계곡에까지 쳐들어 갈 수도 없고...아무쪼록 놈이 또 무슨일을 저지를지 모르니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하게. 아직 그 시계는 차고 있지?"
"네."
그 때 다급히 경찰 대원들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소장님. 진딧물들이 이상합니다."
다짜고짜 황당한 말에 소장님도 무슨일인지 물었다.
"뭐가 말인가? 진딧물 방제는 거의 완벽하게 관리하고 있지 않나? 그리고 아직 진딧물은 그리 왕성하게 활동할 시기가 아닐세."
하지만 대원의 눈빛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어제 진딧물의 발견은 보고 드렸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방제 시스템을 돌리기 전에 번식을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날개를 단 새끼 진딧물들이 다른 식물로 이동을 해버렸습니다."
가엘 소장님은 화가 난듯 대원에게 호통을 쳤다.
"다른 식물로 이동을 해? 아니 어떻게 관리를 했길래 다른 식물로 이동을 할때까지 보고 있었단 말인가?"
대원은 미안한 듯 말을 이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진딧물은 본적이 없습니다. 보통의 개미와의 공생하는 관계도 없는 독립적인 놈입니다. 그리고 새끼 진딧물이 바로 날개를 달고 태어나는 것도 처음 봤습니다. 지금 향기나라 마을 마을마다 진딧물이 퍼져서 방제 인원으로는 막을 수가 없는 실정입니다."
"진딧물은 처음 새끼를 낳으면 날개가 없는데. 그리고 암컷 혼자서 새끼를 낳아서 번식을 하지만 자라는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렇게 빠르게 새끼를 낳는단 말인가? 당황스럽군.!"
가엘 소장님은 어떨떨해하며 혀를 찼다.
"이것도 그 시퍼의 짓인가?"
순간 가엘 소장님의 얼굴에 다시 먹구름이 끼었다.
"할 수 없군. 향기나라에 진딧물 비상령을 내리고 진딧물이 달라붙지 못하게 줄기에 보호막을 강화하라고 하게."
대원은 난처한 듯 말을 뺃었다.
"이번 진딧물은 줄기가 아니라 꽃에만 붙어서 자랐습니다."
가엘 소장님이 놀라서 말했다.
"그래? 꽃에는 수분이 부족할 텐데 왜 하필 꽃송이에..."
순간 가엘 소장님이 놀라서 말했다.
"꽃을 공격하는 것으로 봐선 우리의 향기들의 세력을 약화시키려는게 분명해. 꽃은 향기나라에서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지. 향기를 만드는 곳이니까 말이야. 빨리 손을 써야겠군. 그렇지 않으면 곧 꽃들이 시들어버릴테니까."
가엘 소장님은 꽃에 기생하는 진딧물이라는 말을 듣고 시퍼의 소행으로 간주하신 듯하다.
"시퍼란 녀석이 향기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꽃을 택한게 틀림없어. 이건 장기전으로 가자는 포석이야. 생각보단 아주 치밀한 놈이군 그래. 녀석도 꽃이 시든 향기나라에는 미래가 없다는 걸 당연히 알고 미리 손을 쓰는 것이겠지."
나는 순간 시퍼란 녀석의 계획이 이렇게까지 치밀할까하고 놀랐다. 장기전이라니...
"우선 시들어 가는 꽃부터 커피를 뿌려서 쫒아버리도록 하게. 서둘러 나는 무당벌레들을 유인해서 불러와야겠어. 그나마 공생관계인 개미가 없으니 쉬울 수도 있겠지."
향기마을 여기 저기에 새끼 진딧물들이 날아다녔다. 나도 희한하게 진딧물이 꽃에 달라붙어서 물을 빨아먹는 것은 처음 보았다. 그런데 특이하게 진딧물은 뭉쳐서 생활을 하는 반면에 이번 진딧물은 한 꽃송이에 한마리씩만 붙어있었다. 그리고 곧 여러마리의 새끼를 낳으면 곧 날개로 옆 꽃으로 이동했다.
가엘 소장님도 진딧물의 번식속도에 탄복하면서 이 특이한 행동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진딧물은 급속도로 퍼져나갔지만 어미 진딧물은 다른 꽃으로 이동하지 않고 그 꽃에만 머물렀다. 나의 몸도 진딧물의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음... 우리의 몸을 시들게 하려는 목적은 아닌 것같군. 다행이라면 다행이야. 급한 상황은 아니니 말이야. 어쩌면 시퍼가 보낸 것은 아니고 새로운 돌연변이종류일 수도 있겠군."
급하게 대원 한명이 뛰어와 보고했다.
"칠성 무당벌레 무리가 진딧물의 향기에 유인되어 거의 도착할 때가 되었다고 합니다."
가엘 소장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행이군. 개미들도 없으니 무당벌레들이 조금만 노력한다면 곧 진딧물들의 번식을 막을 수 있을꺼야."
이제 거의 향기나라의 모든 꽃에 진딧물이 한마리씩은 달라 붙어 있었다. 이제 무당벌레들이 도착할 시간이 거의 되었다. 곧 진딧물들은 무당벌레의 먹이가 될 것이다. 무언가 일어날 감격스런 일을 기다리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 다행이라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지었다.
"윙~~~! 윙~윙! 위잉~~~!!"
그런데 그 순간 진딧물들이 하나둘 일제히 날아 오르기 시작했다.
"이건 무슨 하늘의 조화인가?"
가엘 소장님도 메뚜기때처럼 진딧물들도 깨끗이 향기나라의 거름으로 사라져주길 기대했는데 일제히 비행하는 진딧물의 행동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막막해 했다. 다 잡은 고기가 하늘로 날아가는 듯한 그런 표정이셨다.
진딧물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이동하는 철새처럼 하늘을 까맣게 수놓기 시작했다. 하늘을 은빛날개짓과 뭉툭한 몸으로 수놓으며 까마귀때가 공중에서 먹이감 주변을 배회하듯 거대한 원을 그리며 날고 있었다. 무선 거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듯이..
"나..참..진딧물들에게 왜 이러나고 물어볼수도 없고 참.. 다행인 건 진딧물들이 날카로운 무기가 없어 보이고 우리에게 더 이상 공격할 제스쳐도 취하지 않는군.."
그런데 그때 진딧물의 거대한 소용돌이는 유유히 남쪽하늘로 비행하기 시작했다.
"저걸 잡아야하는 건가. 잘 가라고 배웅해야 하는 건가"
가엘 소장님은 눈앞에서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지는 기이한 진딧물의 행동에 어찌할바를 몰라 그냥 멍하니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혹시 모를 공격에 대비해 흑장미 궁수들은 조준을 멈추지 않았다.
공중에서 서서히 남쪽으로 사라져가는 진딧물들. 갑작스럽게 진딧물이 사라지는 모습에 가엘 소장님도 아쉬워 해야 할지 기뻐해야 할지 당황한 듯하다.
"저 진딧물의 행동은 번식 속도보다도 더 나를 난처하게 하는군."
곧 무당벌레들이 속속히 도착했지만 진딧물이 모두 떠나고 난 뒤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잘못된 향기로 유인된 것을 깨닫고 곧 자신의 숲으로 되돌아가 버렸다.
허탈한 듯 남겨진 가엘 소장님과 나.. 그리고 대원들과 흑장미들..
'그들은 왜 온 것일까?'
'그리고 왜 그렇게 왔다가 왜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는가? 왜. 왜. 왜..'
나는 이 이상한 진딧물들의 행동을 이해 할수가 없었다.
나는 멀리 진딧물이 날아가버린 남쪽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구름이 노을에 걸린듯 검은 밤이 몰려오고 있었다. 저 남녁하늘 사이로 아련하게 어두운 죽음의 계곡이 흐렸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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