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을 누시는 신
-박원주-
신이 똥을 눴다고 한다
서서 오줌을 쌌다고 한다
이제 맘놓고 똥을 싸야지
다짐을 한다
내안에서 수고한 똥
지금도 묵묵히 일하는 똥
수고했다 토닥이며 사랑해 줘야지
더러운 것에 대한 혐오
더러운 건 나쁜 게 아니다
우리가 익숙하지 않는 존재일 뿐
더러워진 나를 정죄하지 말라
똥같은 나를 미워하지 말라
나 스스로도 나에게 그러하지 말자
내가 사랑스러운 건
똥으로는 변하지 않는다
신이 똥을 매일 누드시
열심히 타올랐다
한줌 별로 사라졌던
누군가를 위해 헌신했다
자신의 공간을 비워주고 떠났던
이세상 모든 배설물을 껴안아주자
언젠가 나도 하나의 배설물로
그들이 비워준 발자국을 따라
떠날테니까
* 어노인팅 예배를 갔는데 목사님께서 예수님도 똥도 누고 제자들과 함께 서서 오줌도 누지 않았겠느냐 해서 빵터짐
'비타민 시++ > 옴니버스연습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광스럽게 -2017.05.27.토 (0) | 2017.05.27 |
---|---|
전문가 두 바보 -2017.05.26.금 (0) | 2017.05.26 |
보스를 움직이다 -2017.05.24.수 (0) | 2017.05.25 |
클라이밍의 초식 -2017.05.23.화 (0) | 2017.05.23 |
정치판에 나그네 -2017.05.22.월 (0) | 2017.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