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눈내리던 날
-박원주-
펑펑 눈내리던 날
새하얀 세상속에 내 마음을 비추었던 날
흰 눈이 펑펑 내리면
세상은 눈이불을 덮고 포근히 잠들었지
사랑방 아궁이에 군불을 지피고
가을고구마를 던졌었지
구들창 아랫목에 바느질하시던
어머니 무릎 슬그머니 잠들었지
마당에 애기 냥이들 발도장을 찍어대면
눈싸움 한바탕 눈사람 한바탕
눈썰매는 언덕 기슭 다 닳도록 탔었지
흰 눈을 까만 눈으로 바라보던 그때
흰 눈을 하얀 눈으로 바라보는 지금
그때 그 시절 그때 그 마음
한번쯤 돌아가고 파도
내리던 흰 눈은 너무 빨리 녹아
흔적도 없이 어느새 사라져버린다
세월에 녹아버린 늦청춘의 모습
흰눈이 펑펑 내리던 날
나도 펑펑 울었던 날
함박눈은 아직도 멀쩡히 펑펑 내리는데
내 마음은 벌써 녹아
질퍽질퍽 거렸던 그날
* 간만에 서울에도 눈이 펑펑 왔는데 내 마음은 옛날처럼 기대에 차지도 신나지도 않아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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