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네가 쉬는 숲
박원주
머언 시골길 돌아 태양만이 자는 숲.
어리숙한 두 바늘 나무에 그네가 거꾸로 달려있다.
잠자던 그네에 앉아 살며시 인생의 무게를 달자
침묵하던 시간의 추가 이내 흐른다.
매달린 두 팔로 메마른 추억 속 레코드판을 쓰다듬으며
고였던 신원(伸寃)의 눈물을 쏟아 흘리는 그네의 자취.
저 푸른 창공 속으로 제 몸을 적시고 파도
가고픈 알프스 초원, 지평선 끝을 달리고 파도
날아갈 수도 디딜 수도 없이
지쳐버린 그네의 영혼.
외딴 시골길 태양만이 자는 숲에는
하늘과 땅을 그리는 그네가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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