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가라앉다
-박원주-
무지막지하게 자라던 초록이 잠잠하더니
거칠게 휘몰아치던 무지개가 멈짓하더니
하늘에 달려있던 무게들이 가라앉는다
徐徐히
오래도 달려 있었구나
구름도 아닌 것들이
조금의 태양도 더 먹어보겠다고 뻐금거리다
이제사 땅!
지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죽어라
죽어야지
갈 시간이 되었다
가라앉은 무게들이 고요히 묻는다
삶이 끝난 무게들을 고요히 묻는다
잘 가거라
한 시절 참 아름다웠다
수많은 잎들을 부둥켜안고 엉엉~
힘들었던 기억들
해맑았던 추억들
뿌리 뿌리 흩어졌던 파편을 안고 엉엉~
마지막 남은 눈물까지 짜내고
말라버린 낙엽을 불살라버린다
이제 가라앉은 무게들을 가지런히 눕혀 재운다
그동안 고생 많았지?
이제 다 이루었다
마른 잎이 다시 싹 틀때까지
비움으로 가득찬 지면 위에 누워
수면중에 운행하자꾸나
함께 코를 골자꾸나
함께 이를 갈자꾸나
함께 잠꼬대를 외치자꾸나
함께 춤을 몽유병 추자꾸나
꺼져도 아름다운 불빛
화려했던 폭죽들이 잠을 자고
우리는 하얀 설원 위 맨몸으로 누워서
너의 피부
나의 피부
그토록 보고팠던 속살을 애무하며
함께 처절한 추위를 떳떳이 나자꾸나
잘 가시오
죽어묻힌 낙엽의 혼백들이여
어서 오시오
새봄 부활할 어린 예수의 새싹들이여
#낙엽 #추락
*낙엽들이 떨어지는데는 다 이유가 있고 우리가 추락하는데는 다 날개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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