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움은 빛이 존재하기 전에 있었다.
빛이 존재함으로 드러났을 뿐이다.
#1.7 어두움과와 협상
나는 크류 차장님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오늘 따라 좀 늦으시는 것같다. 원래는 시간을 칼같이 지키시는 분신데 말이다. 지금 내가 기다리는 보리밭 포플러 나무길은 향기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다. 그래서 비록 밤이지만 아직 연예를 즐기는 커플이나 늦게까지 여행을 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향기도 눈에 뛴다. 늦게까지 포도주를 마신 향기들은 신이 났는지 노래를 부르며 자기 집인양 이동하고 있다. 저 알코올이란 것은 정말 위태로워 보인다. 왠지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아서 말이다. 향기들도 처음에는 포도주정도의 약한 술로도 만족했다. 하지만 이제는 계속 새로운 열매로 만든 술맛에 중독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도수도 점점 강해지는 추세이고 말이다. 꼭 누군가가 향기들에게 아편처럼 몰래 제공하고 있는 것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 저렇게 비틀대는 향기들을 보면 괜히 짜증부터 난다.
여기로 오기전 경호원은 집으로 돌려보냈다. 자기도 쉬어야하지 않겠는가? 향기들은 하루가 끝나면 모두 몸속으로 돌아가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 몸도 없는 실체가 무슨 힘으로 내일도 계속 움직인단 말인가? 쉬면서 몸에서 든든하게 다시 에너지를 채운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감시한다는 이 압박감도 싫은데 옆에서 나를 직접 지키는 무둑둑한 경호원을 바라보는 것도 곤욕스러웠다.
이때 크류 차장님이 허겁지겁 달려 오셨다. 원래 급하게 행동을 잘 안하시는 분이신데 말이다.
"아~리겔. 늦어서 미안하네."
"아닙니다. 그리 많이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그럼 어디가서 이야기하세. 저기 보리밭 구석바위 뒤에 찻집이 있는데 그리로 가세."
"그 구석에 말입니까? 처음들어보는데요?"
보리밭은 원래가 까칠한 보리들이 있어서 향기들이 돌아서 간다. 그래서 이 보리밭길이 향기들로 붐비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구석 바위에 찻집이라니 뭔가 이상했다.
"새로 생겼다네. 하긴 자네는 그런 걸 잘 즐기지 않지? 젊은 사람이 유흥도 즐기고 좀하게. 자네처럼 그렇게 일에만 바빠서야 되겠어. 우선 차나 한잔하면서 이야기하세."
역시나 보리의 껄끄러운 이 향기가 싫다. 이런 곳에 찻집이라니...역시나 가보니 바위옆 산비탈에 두더지 굴같은 구멍에 푯말 하나 박혀있는게 다였다.
"들어가세."
문을 열고 굴안으로 들어가자 불이 꺼져있었다. 너무 어두워서 크류 차장님도 보이지 않는다.
"이쪽이네."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어갔지만 차장님은 보이지 않는다.
"어디계신겁니까?"
출구를 찾아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앞도 보이지 않아서 단념을 했다. 벽을 더듬으며 멀찌감치에서 보이는 작은 빛을 따라서 걸어갔다. 터널같은 어두운 굴을 지나자 넓은 공간이 나왔다. 거기에 크류 차장님이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곧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차장님! 저를 혼자 두고 가시면 어떻게 하십니까?"
"미안하네. 나도 어두워서 불을 켜는 곳을 찾고 있었네. 이곳은 지하에 있는 찻집인데 한적하고 자연적이라 내가 즐기는 곳일세."
"아무도 안오겠으니 한적은 하겠네요."
나를 이런 곳에 불러놓고 너무도 태연하게 이야기를 하는 차장님이 얄미워 퉁명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순간 멈짓했다. 차장님의 가슴에서 향기의 구슬이 깜박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이 아저씨의 사건을 당하고 난뒤 구슬이 보인다는 것은 그리 좋은 신호가 아님을 알았다.
"그런데 차장님 괜찮으세요?"
"아~이 목걸이 말이야? 새로 산거야..."
순간 나는 너무 놀랐다. 한마디로 물관이 멋는 듯했다. 분명 향기의 구슬인데 목걸이라니...이때서야 나는 크류 차장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을 알았다. 나는 순간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크류 차장님을 주욱 훑어보고 이 동굴도 한번 주욱 훑어보았다. 동굴은 그저 평범해 보였다. 그런데 크류 차장님의 발 밑을 보니 흙이 약간 솟아 있었다. 그림자같이 흐릿한 명암이 지는 것으로 봐선 분명 무엇가가 그 밑에 있는 것같았다. 나는 그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하실 말씀이 뭡니까?"
차장님은 동굴에 놓인 하나뿐인 테이블을 가리키며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차장님의 거동은 약간 불안해 보였다. 무엇가에 이끌려 가는 느낌이 앉으면서도 얼핏들었다. 말을 하면서도 나의 눈은 계속 크류아저씨의 발밑에 무의식적으로 눈이 갔다. 그런데 이상하게 말밑에서 무엇가가 올라와 차장님의 구슬을 감고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의자에 앉으면 모를꺼라 생각하는 건가...
"리겔. 향기나라에 사는 게 마음에 드는가?"
차장님의 갑작스런 철학적인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네. 근데 뜬금없이 왜 물으십니까?"
차장님은 내가 한심한 듯 쳐다보았다.
"자연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저 내리는 햇살처럼 말이야. 그런데 문제는 모든 식물에게 공평하단거지. 정말 쓰잘데기없는 저 잡풀들과 유클레나같은 단세포 생물에게도 말이야. 그건 공평한게 아니라 낭비하는 거야. 생각해보게. 자네도 에너지 정책국에서 일하고 있어서 알걸세. 에너지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말이야. 그런 하찮은 식물들에게 에너지를 낭비하는 건 향기나라에 재앙이지."
"그래서요? 그들에게서 햇볕을 빼앗아가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신경질적으로 받아 들이지 말고 이성적으로 생각해보게. 그런 멍청한 식물들에게 돌아가는 에너지가 향기나라의 몇 %를 차지하는 지를 말이야. 거의 90%를 차지하고 있어. 그걸 똑똑한 우리들이 사용한다고 생각해보게. 멋지지 않은가?"
"위험한 발상이예요. 무슨 근거로 식물을 쓸모있다 없다 멍청하다 똑똑하다 구분을 합니까? 그리고 모든 향기나라 식물은 향기가 있다는 자체만으로 소중한 존재입니다. 모두들 각자의 영역에서 열심히들 살고 있지않습니까?"
"이런 고리타분한 친구를 봤나. 그들이 하는 일이라곤 에너지를 축내는 일밖에 없어. 한마디로 향기나라에 빌붙어 사는 기생충같은 놈들이란 말이야!!."
크류 차장님이 흥분을 하며 소리치자 발밑의 흙까지 들썩였다. 순간 말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말이야."
차장님은 나에게 가까이 얼굴을 내밀며 이야기를 했다.
"우리 그런 소모적인 에너지를 우리가 모으는게 어떻겠나? 더 나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말이야. 한마디로 동업을 하자는 것이지. 되도록 더 많은 에너지를 모아서 저장해 보자구. 하하. 상상을 해보게. 에너지가 충만한 그 뜨거움을 말이야. 즐거운 일 아닌가? 하하"
순간 크롬 차장님의 눈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동굴을 울리는 웃음소리에 내 온 몸이 오싹해졌다.
"동업할꺼지?"
나를 응시하는 그 눈빛에 어떻게 대답할지 순간 망설였다.
"그래서 제게 원하시는게 먼가요?"
요즘들어 자주하는 결론의 말이다.
"오~그래야지. 하하. 자네는 에너지 저장국의 핵심기술만 넘기면 된다네. 그리고 그걸 운영까지 해주면 더 좋고 말이야. 이젠 한배를 탔군. 시퍼님이 좋아하시겠어. 반갑네. 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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