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주의보/향기나라뮤즈이야기

#1.9 메뚜기떼와의 전쟁

별신성 2012. 2. 28. 15:17

자연은 냉정한 약육강식의 세계이다.

하지만 약자의 수가 강자의 수보다는 언제나 많다.

#1.9 메뚜기떼와의 전쟁

나는 괴상한 일련의 사건들을 격으며 현명한 해답이란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는 배마냥 목적없이 방황하고 있는듯했다.

'항상 살아있는 생명이라면 누구나가 공유해왔던 이 빛과 물과 공기와 대지란 에너지를 똑똑하고 우량의 향기들이 독점하는 것이 가능한 문제인가?'

'독점이나 담합(카르텔)같은 모순은 아닌가?'

'동물계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약육강식의 논리를 식물계에서도 적용하고자하는 것은 일어날 수 없는 실험을 감행하고자 하는 건 아닐까?'

'동물계에서도 가장 혁신적인 인간문명의 시스템인 자유경쟁을 바로 도입하는 것은 문명의 충돌로 이어지지 않을까?'

'잘못되면 향기나라뿐 아니라 식물계도 전쟁으로 괴멸하지 않을까?'

'아니면 내가 새로운 체계를 수용할 마인드가 부족한 건 아닐까?'

'혹시 우성인자들에게 득이 되는 에너지 차별 분배제도를 도입하면 향기나라가 점차적으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론적으로는 맞는데 현실에서도 잘 적용이 될까?'

'시퍼를 잘 설득해서 급변이 아닌 점진적인 패러다임 적용을 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닌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

정말 내가 결정하는 방향성에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가엘 소장님께 시퍼와 관련한 모든 이야기들을 말씀드리기로 했다. 나는 그 자의 이름이 시퍼라는 것과 덩굴을 가진 향기라는 것, 에너지를 독점(결국은 차등분배지만)하려는 계획을 가진 자라는 것, 조만간에 향기나라에서 쓸모없어 보이는 향기들은 제거가 되기 시작할 것이고 먼저 거론된 딸기들이 첫 과녁으로 살육을 당할 것이란 것 등을 사실과 추정의 경계를 넘나들며 횡설수설 말을 전했다. 하지만 곧 왠지 인간계의 유대인 학살과 같은 청소작업이 일어날 것이기에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아직 격어 보지 않았기에 그 정도는 짐작할수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시퍼와의 약속은 우선 비밀로 하기로 했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이지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가엘 소장님은 한참을 침묵하시더니 걱정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제일 시급한 것이 딸기 마을의 향기들을 보호하는 것이겠군! 놈을 없애는 문제는 그 다음에 생각하자구. 이번에도 저번처럼 노랑 메뚜기떼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겠군. 물론 저번처럼 한두마리가 아니라 수백마리겠지만 말이야."

가엘 소장님은 어떻게 딸기들을 보호해야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사실 작은 몇마리의 메뚜기라면 가엘 소장과 대원들 선에서 처리를 할 것이다. 하지만 메뚜기가 떼로 공격을 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수백마리의 메뚜기떼 앞에서 딸기는 한낮 진수성찬에 불과할 것이다. 가엘 소장님은 향기나라의 향기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방어를 위한 전략을 구상하기 위해 딸기마을로 갔다.

 

사실 시퍼가 딸기들를 혹평한 이유는 수궁은 간다. 왜냐면 실재로 딸기들은 향기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향기나라의 식물들은 다른 식물이 만든 음식을 나누어 사고 팔면서 공생하는 관계에 있다. 하지만 딸기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들의 어정쩡한 열매가 향기나라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옥수수와 같은 곡류는 인기가 많다. 우리의 부족한 광합성량을 녹말빵으로 채워주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들은 반문할 것이다. 음료수로 마시면 되지 않느냐고 말이다. 물론 향기들도 음료수를 먹는다. 하지만 인간들과는 달리 우리 식물들은 과실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류만 마신다. 가장 인기있는 음료는 단연 석류이다. 그리고 다음이 사과나 배같은 과실류이다. 그러나 딸기와 같은 채소는 먹을 수가 없다. 그것은 딱딱한 나무에서 열리지 않아서 열매가 아주 연하기에 때문이다. 그것을 마시는 느낌은 아주 불쾌하다. 꼭 우리의 살을 씹으며 피를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인간들이 거미나 지네같은 특정 동물을 먹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로 보면 될 것이다. 따라서 인간세계에서는 음료나 쨈 등으로 각광을 받는다고 하지만 향기나라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 이야기이다. 그외에도 토마토, 오이, 수박같은 채소들의 열매들도 같은 이유로 금기시 되는 열매들이다.

하지만 그런 문화적인 이유로 해서 향기나라의 시민이 처참히 살육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가엘 소장님도 딸기마을 직접 담방하여 대응방안을 간구해 보기로 했다. 딸기들을 어떤 식으로 제거할지는 이전의 노랑메뚜기떼의 습격처럼 메뚜기를 다시 활용할 듯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고 하늘을 통한 침입에는 식물들이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메뚜기가 딸기 밑줄기만 한번 베어 물어도 딸기들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게 될것이고 향기나라 딸기마을은 역사속으로 사라질지 모른다.

"우선 딸기마을에 가서 메뚜기들이 날아올 루트와 대응방안을 하늘과 위치를 보면서 대응 전략을 짜보기로 하세. 알고 있는 이상 눈뜨고 당할 내가 아니지."

가엘 소장님은 결의의 찬 목소리로 눈빛이 타오르고 있었다. 우리 향기나라에서는 아직 국방이라는 말을 쓴 적이 없다. 왜냐면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모르고 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안을 담당하고 계신 가엘 소장님께서 직접 나서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간만에 전략이라는 단어를 듣게 되니 왠지 결의에 차는 듯하다. 우리 부모님들이 그렇게 이 향기나라를 물려주셨듯이 나도 이 향기나라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될 듯한 의무감이 불탔다.

"빨리 가세나~"

우선 대응방안을 구상 하기위해 우리는 서둘러 딸기마을로 갔다.

딸기 마을은 남쪽 평야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옆 마을에는 같은 채소류인 오이마을과 토마토마을이 있다. 다른 마을과는 달리 딸기마을의 딸기들은 옹기종기 가족단위로 모여서 살고있다. 그것은 기어다니는 줄기로 번식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체계적인 다른 마을과는 달리 공격에 무척 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개방된 평야에서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딸기나무들을 메뚜기떼가 공격을 한다면 말그대로 초토화가 되어버릴 것이다.

우선 가엘 소장님은 메뚜기떼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선인장꽃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놈들은 계획이 탄로나기전에 빠른 시간내에 공격을 해 올꺼야. 무방비 상태인 평야지대에 대한 공격을 그 놈들이 지체할 이유가 없지. 메뚜기의 먹이감이 아주 지천에 널려 있을테니까. 우리가 준비하기 전에 서둘러 공격을 해올꺼야. 아마 오늘 밤이 아니면 내일 아침 동이 틀무렵이겠지. 그 평야지대는 남쪽을 향해 열려 있는 지형이니 남쪽에서 공격을 할꺼같네. 죽음의 계곡쪽에서 빠르게 접근하면 식은 죽 먹기인 일을 무리하게 동쪽의 언덕으로 돌아갈 필요가 없겠지. 놈들도 속전속결을 원할테니까 말이야. 그리고 아마 해뜨기 전 남풍이 잠깐 불 때 그때를 노려 공격할 것이 틀림없어. 내 예상이 맞다면 말이야. 조종당하는 메뚜기들이지만 아무래도 수월하게 이동하는 것을 원할테니까 말이야."

전쟁아닌 전쟁같은 긴장감에 가엘 소장님은 여러 상황들을 고려하고 있었다. 역시 향기마을을 다년간 지켜오신 분이라 풍향과 지리정보에 안목이 뛰어나시다. 나는 새삼 그런 가능성을 조합해서 모험속에 전략을 짜는 일이 아주 위대해 보였다.

 

"그 많은 메뚜기떼를 어떻게 당해 냅니까? 딸기들에게 대피하라고 하는게 낫지 않겠습니까?"

나는 걱정이 앞서서 생각나는 대로 말해 버렸다. 향기는 이동가능하지만 몸체인 식물이 어찌 이동한단 말인가.

"그 많은 딸기나무를 이 단시간에 어찌 대피시킨단 말인가? 또 어디로 말인가?"

가엘 소장님은 진지하게 딸기나무를 이동하는 방법을 구상하신 듯하다. 식물 스스로가 이동하는 것은 물가능하지만 무언가 도구나 방안을 생각해 보실 참이셨나 보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토마토마을이나 오이마을도 무사하란 법은 없다네. 그리고 식물을 이동시킬 만큼 그리 한가하지가 않네. 그리고 식물은 자기가 싹을 틔운 고향에서 자라고 죽는 것이 순리이네. 도망만 다니다가는 죽을 때까지 도망만 다닐 걸세."

"네..맞습니다."

나로서는 무언가 대책이 없었기에 싸우는 방법밖에 없었지만 메뚜기와 싸우는 것은 식물들에겐 치명적이기에 두려움에 말은 계속 회피하는 방법을 찾아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하지만 가엘 소장님은 어느새 지도를 펼쳐놓고 메뚜기떼들이 쳐들어올 통로들을 점검하며 대원들에게 지령을 내리고 있었다.

"자네는 그 위치에서 바람의 방향 변화를 살펴보게."

가엘 소장님은 각각의 대원들은 지도에 적힌 자신의 구역과 역활을 둘러보며 곧 닥칠 습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란 말이 있지. 그나마 다행인건 그놈들이 무식한 메뚜기때라는 거야. 향기들이 아니어서 다행이군. 쪽수에서는 밀리지만 향기들의 기술과 전술이라면 조종당하는 메뚜기가 이긴다고는 장담 못해!!"

저런 확신에 찬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나는 무시무시한 노랑 메뚜기의 날개짓과 큰 이빨을 생각하니 벌써 소름이 돋아나는 것 같았다.

"향기나라 모든 향기들에게 최대한 비축무기를 들고 전투에 참가하라고 알려라. 불난집에 불보듯 하다간 다음엔 자기차례가 됨을 이 소장이 전한다고 하라."

"예. 알겠습니다."

향기가 가장 강한 백합이 신호탄처럼 하늘위로 곧장 날아오르더니 폭죽처럼 모든 곳으로 전투신호를 알리며 소식을 전했다.

파발이 타전되기가 무섭게 여러 곳에서 향기들이 원조를 나왔다. 딸기마을에선 평소에 보지 못했던 향기나라의 향기들이 급파되어 원조를 나왔다. 민들레는 낙하산같은 무기들을 들고 다녔다. 평소에 문학에 전념하던 안개꽃들도 자신의 무기를 들고는 나와 있었다. 향기로 적의 시야를 흐리는 안개꽃은 문무를 겸비한 향기들이다. 흑장미, 잔디, 봉숭아 등 모두 평소에는 잘 보지 못했던 향기들도 동참하여 가엘 소장님과 전술을 협의하고 있었다. 모든 향기들은 모두가 자기 집에 불이라도 난것처럼 생각하며 곧 닥칠 싸움을 위해 전열을 가다듬었다.

"오늘 저녁은 남풍이 약하군. 음.."

가엘 소장님은 저멀리 빛나는 오리온자리를 바라보며 깊은 시름에 잠기셨다.

"놈들은 아마 되면 내일 동틀녘 남풍을 타고 날라오겠군."

다행이도 밤이 거의 다 새어가지만 아직까지 메뚜기때는 날라오지 않았다. 동이 점점 터오면서 여기 저기에서 가엘 소장님의 지침에 따라 향기들은 더욱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딸기들은 자신들에게 닥칠 위협을 느끼고 가족들끼리 부둥켜 안고 기도를 하고 있다. 부디 무사히 이 일이 넘어가기를 말이다.

날이 순식간에 밝았다.

습격에 대비하느라 밤을 세운 향기들이 눈을 부비며 돌아다니고 있다.

해가 점점 뜨기시작하자 저 멀리 계곡쪽에서 슬슬 남풍이 불기 시작하더니 조금씩 남풍은 더 세차게 불기 시작 했다.

"정신들 차리게. 남풍이 불고 있어. 곧 해가 뜨고 남풍이 멈추면 적들이 곧 나타날꺼야. 긴장들 하란 말이야! 메뚜기들은 식물들에겐 만만한 상대가 아니란 것쯤은 잘 알꺼 아니야!"

가엘 소장님은 비장한 목소리로 고요한 딸기마을을 쩌렁쩌렁 울리도록 전열을 가다듬었다. 대원들도 여기 저기 준비한 무기들을 점검하고 있었다.

해가 뜨기 전 세차게 불던 남풍이 점점 잠잠해지더니 남쪽평야는 적막함에 휩싸였다.

"빠~암~~! 빠아암~!"

갑자기 남쪽 둑방에서 나팔꽃들이 우렁차게 나팔을 불어댔다.

"메뚜기때다!!"

아니나 다를까 남쪽 하늘에서 하늘에 놓였던 남풍을 타고 메뚜기떼가 몰려오고 있었다. 저멀리서 하늘을 까많게 수놓으며 메뚜기떼를 보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올것이 왔군!"

"각자 자기 위치로!!"

"각자 위치로!!"

가엘 소장님의 말이 떨어지자 안개꽃들이 위협에 떠는 딸기나무들을 감싸안으며 안개속으로 숨겨 버렸다.

"민들레들은 하늘위로 씨앗을 날려라!"

민들레들이 하늘위로 씨앗을 날렸다. 가시돌기가 있는 민들레의 씨앗은 메뚜기의 시야를 막고 비행을 방해했다. 그리고 씨앗아래에는 송진을 발라 놓아서 잘못 닿았다가는 날개가 붙어 땅으로 추락해 버릴것이다. 하지만 메뚜기떼가 너무 많았다. 하늘위로 가시를 가진 식물들은 화살대에 끼워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가장 뛰어난 장거리 궁수들인 흑장미들이 미리 준비한 소나무 잎을 일렬로 서서 하늘을 향해 날렸다. 땅으로 떨어진 메뚜기들은 선인장의 두꺼운 가시 창에 찔려 즉사 했다. 메뚜기가 한마리씩 땅에 떨어질때마다 향기들은 환호를 질렀다.

하지만 메뚜기의 수가 너무 많았다. 어느덧 착륙에 성공한 몇몇 메뚜기들은 성큼 성큼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채 안개속에 쌓인 딸기들은 향해 다가왔다. 이때를 대비해 잔디들은 땅속에 미리 함정을 파놓고 잎으로 위장해 놓았다. 모르고 접근을 한 메뚜기들은 땅속 함정속으로 빠져서 허우적대었다. 그러자 찔레향기들이 다가가서 메뚜기의 눈에 가시를 찔러댔다.

메뚜기들도 향기들의 난동에 무척 당황했는 것같았다. 사실 식물은 메뚜기에게 좋은 먹이지만 향기들은 메뚜기도 어쩔 수없기 때문이다. 평야 여기저기서 봉숭아의 씨앗폭탄이 터지면서 파편에 맞은 메뚜기들이 절뚝거리며 기어다녔다. 다리를 다친 메뚜기는 지상에서는 거의 죽은 목숨이나 다름이 없었다. 억새들이 날카로운 잎으로 메뚜기의 배를 사정없이 베어버렸기 때문이다. 평야여기저기에서 가시로 찌르고 칼로 베고 정말 전쟁을 방불케했다. 콩들과 해바라기들은 자신들의 기름을 메뚜기만 보면 사정없이 뿌려댔다. 그러면 다른 해바라기는 자신들이 거울로 모은 태양빛으로 불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에서 불이 나고 피가 터지고 아수라장이 되었다. 향기와 메뚜기떼의 피나는 접전을 계속되었지만 몰려드는 메뚜기떼에게는 역시나 역부족이였다. 어느새 메뚜기들은 안개를 헤집고 딸기줄기들을 무참히 물어뜯고 있었다.

"아아~악~!"

"여기 저기에서 딸기나무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평야를 가득 매운 딸기들의 상큼한 향기도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밤꽃향기들은 언덕 위에서 길을 돌아다니는 메뚜기들에게 밤송이를 굴려댔다. 가시에 몸벅이 된 메뚜기들은 화가나서 언덕으로 날아들었다. 이때 옆의 탱자향기가 탱자가시로 위협하며 접근을 차단시켰다. 하지만 살아남은 몇십마리의 메뚜기는 순식간에 딸기마을을 쑥대받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었다.

가엘 소장님도 처음 접하는 큰 전쟁에 당황하고 있었다. 하나의 딸기라도 살려보려 발버둥을 치는 향기들의 모습에서 처절함이 느껴졌다.

"아~"

가엘 소장님이 가망이 없는 듯 한숨을 쉬었다. 내가 봐도 불리한 딸기마을에서는 다른 마을로 퇴각하는 편이 부상자를 줄이는 길 같았다. 그리고 그곳을 기반으로 수비를 강화하며 전열을 가다듬는 편이 나아 보였다. 왜냐면 상황이 너무 참담했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소진한 향기들 중에서도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물론 딸기마을의 딸기들은 이미 조그만 희망도 없어 보였다. 이때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습지 식물들이다!! 습지 식물들이 원정을 왔다!"

이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성급 성급다가오는 모습이 습지 식물들이다. 이들은 왠만해서는 향기나라의 일에는 잘 관여하지 않는 식물들이다. 식물들 중에서는 드물게 동물과 같은 야성을 가진 향기들이다. 가엘 소장님은 기뻐하며 급히 마중을 나갔다.

"반갑네. 동지들~와주어서 무척 기쁘네."

습지대의 대표적인 식충식물들까지 모두 보였다. 파리지옥과 끈끈이주걱, 통풀들은 거만하게 인사를 받았다.

"자네들은 전쟁을 한번 해보기는 했나? 저 꼴이 먼가..."

파리지옥의 수장인 '칸'이 처참한 관경을 보고 입을 열었다. 습지대의 식물들은 마차같은 수레에 몸을 직접 실은 채 직접 싸우러 나왔다. 사실 보통의 식물들은 향기로 몸을 방어하는 편인데 반해 식충식물들은 아주 호전적이다. 이들은 자신의 몸을 무기삼아서 직접 사냥을 한다. 이들은 주로 야생의 곤충을 잡아 먹으며 자연과 더불어 산다.

"실전 전투 경험이 없는 향기들이 처음 전쟁을 한다기에 걱정이 되서 왔네."

끈끈이 주걱의 수장인 '넵'이 걱정어린 말투로 인사를 했다.

"우선 우리가 나서서 처리를 할 테니 전방에서 빠지고 후방을 맡아주게."

"그래~고맙네."

끈끈이 주걱 향기들은 우선 딸기마을을 감싸며 메뚜기들이 접근을 못하도록 우선 수비를 했다. 그리고 이어서 파리지옥들이 먼저 공격을 하며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톱니같은 이빨을 가진 파리지옥의 잎은 정말 날카로웠다. 메뚜기를 산채로 잡아서 먹어버리는 과격한 녀석도 있었다. 그리고 반만 먹고 반은 버리는 녀석도 있었고 물고 뺃어버리는 녀석도 있었다. 우선은 먹는 것보다는 죽이는 것에 급하기에 닥치는 대로 메뚜기를 물어서 짖이겨버렸다.

갑작스런 식충 식물의 공격에 메뚜기떼는 당황하며 드디어 도망가기 시작했다. 전세가 바뀐 것이다. 놈들도 식물들이 자신을 먹을 줄이야 꿈에도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후퇴하는 메뚜기떼들은 파리지옥보다 약해보이는 끈끈이 주걱들을 공격해 퇴각로를 만들려 했다. 하지만 딸기들을 수비하고 남은 끈끈이 주걱들은 이내 퇴각하는 메뚜기들을 민첩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끈끈이 주걱들이 자신을 얕잡아보는 메뚜기들에게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이걸 이슬로 보다간 큰 코 다치지."

끈끈이 주걱에 달라붙은 메뚜기들은 이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메뚜기들은 동료의 녹아내리는 몸을 보며 당황해서 하늘로 날아서 달아나려 했다. 하지만 하늘위에서는 벌써 통풀들이 가지를 늘어뜨린채 도망가는 놈들을 하나씩 잡아 통풀속으로 집어 삼켜버렸다.

"꺼억~간만에 포식을 하는군. 메뚜기도 별미인데? 하하."

도망가는 메뚜기떼를 보자 다른 향기들도 힘을 내서 전력을 다해 싸웠다. 전선이 완전히 향기나라 쪽으로 기울자 메뚜기들은 도망가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살아서 돌아간 메뚜기는 거의 없었다.

그렇게 메뚜기들은 하나둘 딸기나무의 거름으로 전락하는 비참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겼다! 우리가 이겼다!"

여기저기에서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음.."

가엘 소장님도 몇 시간전에 끔찍했던 패배의 순간이 승리의 순간으로 바뀐 현실이 이해가 되지 않는듯 감격스러워하셨다.

평소에 습지 생물을 만나보지 못한 향기나라 식물들은 승리의 기쁨에 부둥켜안으며 승리의 기쁨을 나누었다.

하지만 딸기마을은 3분의 2의 딸기가 초토화가 되어 향기를 잃고 죽었다. 뿌리가 먹힌 딸기가 대부분이여서 그들도 곧 향기를 잃어버릴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도 3분의 1이 살아남아서 마을 유지는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여기 저기에서 처음 치룬 메뚜기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기쁨에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가엘 소장님은 부상당한 향기들과 딸기나무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다. 그리고 향기나라 향기들은 승리에 많은 도움을 준 습지대 식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느라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나는 가엘 소장님께 감격에 찬 목소리로 승리를 축하했다.

"수고하셨습니다. 가엘 소장님!"

"수고랄게 뭐있나. 하마터면 평야 식물이 초토화될뻔 했는데. 역시나 내가 너무 메뚜기떼를 앝잡아 봤어. 역시 곤충들은 강했어. 습지대 식물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메뚜기떼는 언덕까지 쳐들어왔을꺼야. 휴~생각만해도 끔직하군."

"그래도 처음 일어난 큰 전쟁에서 결론은 이겼다는게 중요하죠."

"그래. 그나마 당분간은 메뚜기걱정은 없어 다행이군. 그리고 이렇게 강력한 습지대 원정군이 뒤에 버티고 있으니 섣불리 또 쳐들어 오진 못하겠지!"

가엘 소장님도 승리의 기쁨은 마음 속으로 누리고 있었다. 표현은 그리 크게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곧 다음에 일어날 일이 걱정이 되셨는지 그 덩굴손을 가진 '시퍼'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그 시퍼란 놈은 이렇게 많은 메뚜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알 수가 없군. 무서운 놈이야! 아주 강하고 말이야. 조만간에 무슨 일을 또 꾸밀 것은 같은데 무슨일을 저지를 지 도무지 알수가 없군."

순간 나는 시퍼와 한 약속이 떠올랐다. 하늘을 보니 벌써 해가 지고 어두움이 깔리고 있었다. 하늘위로 초승달이 가날프게 빛을 내고 있다. 그때 어디선가 시퍼의 목소리가 속삭였다.

"자네가 배신할 줄이야. 크크. 하지만 약속시간은 남았으니 기다려 보지. 보름달이 뜰 때까지 말이야.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