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주의보/향기나라뮤즈이야기

#1.5 향기없는 범인

별신성 2012. 2. 22. 10:38

교만한 인간은 우리가 그 자리에 서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를 느낌도 생각도 영혼도 없는 하등한 생물쯤으로 여긴다.

#1.5 향기없는 범인

제이 아저씨의 꽃이 시들지 않는 걸보니 그나마 다행이다. 아저씨의 가슴의 붉은 구슬도 점점 투명해지고 있다.

"계신가?"

가엘 소장님의 목소리다. 나는 사건의 소식이 궁금해서 얼른 문을 열어 드렸다.

"소장님. 사건은 어떻게 처리 됐습니까? 누구의 범행인가요?"

"리겔~자네 오늘 에너지 정책 간담회가 있지 않는가? 중대한 정책 간담회를 두고 사건에 연루되어 유감이네.."

"아닙니다. 별 말씀을요. 간담회는 다니 부장님께 부탁을 드렸으니 조금 있다 결과자료만 받기로 했습니다."

"그럼 사건의 목격자로 당황스러울 테니 천천히 이야기하세나?" 다니 소장님은 현장의 물증이 너무 적은 관계로 나에게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셨다.

"네. 알겠습니다."

우리 향기나라는 옛날부터 인간 세계와 비슷한 문명 구조를 받아 들였다. 그래서 국가와 행정을 이루는 기본 바탕은 인간세계와 거의 비슷할 것이다. 물론 30일 미만의 어린 식물들을 위해 물과 양분을 무료로 공급하는 정책등과 같은 복지수준은 우리가 앞서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 향기나라가 인간의 문명을 고민없이 무턱대고 받아들인 것은 절대 아니다. 인간세계에서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사회주의와 민주주의가 피터져라 싸우던 시기때엔 우리도 어느 정책을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했었다. 하지만 인간계와는 달리 우리는 각각의 장점을 미리 고민하고 혼합된 정치/경제 체제를 채택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인간들과 같은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인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았다. 내가 오늘 취소한 에너지 정책 간담회가 그런 중요한 열역학과 정치적인 에너지등을 심도있게 다룬다. 그리고 또한 이렇게 이룩한 우리의 문명을 유지하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 그래서 인간세계에서 치안과 법을 유지하는 경찰이 있는 것처럼 향기나라에서도 그런 경찰과 같은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그 치안과 관련한 중요한 임무를 가엘 소장님이 맡고 관리하고 계신다. 인간세계와는 달리 가엘 소장님은 중요한 사건에 몸소 뛰어들어 사건을 하나하나 세밀히 조사하실 정도로 아주 열성이 뛰어나신 분이다.

"이 어찌 된 일인가? 이건 진딧물의 공격같은 야생곤충의 습격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기생 식물의 난처한 생계형 범죄도 아닐세. 자네는 누군가가 화살을 쏘았다고 애기를 했지만 향기의 자취가 남지 않은 걸로 봐선 그 장소에 다른 향기가 있었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네."

소장님도 네가 제이 아저씨를 구출해준 은인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황당한 화살의 공격 시점에 오직 나와 제이 아저씨 두 명만이 있었다 사실이 은근히 신경에 거슬리시나 보다. 하지만 식물을 고의적으로 죽이면 살인죄지만 이런 향기가 죽어가는 것은 누구도 본 적이 없으니 죄목도 마땅치 않은 형편이다. 물론 나는 명백하지만 말이다.

"화살의 모양은 어떠했나? 향기나라에서 화살을 쓰는 향기는 많지가 않지. 혹시나 있을지 모를 원한관계를 위해 탐문수사도 들어갔네. 고고학자들과 언어학자들, 그리고 제이 선생님의 여러 지인들 말이지..껄끄럽게도 다들 고지식한 분들이라 우리 대원들이 애를 먹겠지만 말이야..."

 

사실 그랬다. 향기라는 존재가 식물의 영혼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날카로운 가시를 활로 쓸 수있는 식물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향기의 죽음을 위협할 정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느냐하는 것이다.

"화살은 워낙 순식간에 날라와 박혀서 그게 화살인줄 잘은 모르겠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그것이 화살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게 화살이라는 분명한 증거도 없었다. 활을 쏘는 향기를 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화살대가 보인 것도 아니니 말이다. 나는 그냥 제이 아저씨가 쓰러졌고 정체 모를 빛나는 붉은 구슬을 보았을 뿐이니깐.

가엘 소장님은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으시며 뜬금없이 데네브에 대한 말을 이었다.

"자네는 데네브의 연구에 대해 들은 것이 있는가?"

데네브가 이전의 자신이 누출한 불루투스 기술(근접 통신 기술)에 대해 비밀을 약속했기에 의리를 생각해서 그 부분은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

"최근 인간과 네트워크를 이어주는 게이트웨이가 거의 개발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그 사실은 향기나라 시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 물론 우리 경찰 조직에서도 그 연구에 대해 비밀리에 감시를 하고 있다네."

"네. 그런데 그 이야기와 이 사건이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가엘 소장님은 조심스레 보안카드를 툭툭 손가락으로 치면서 말을 이었다.

"자네..나에게 숨기는게 없어야 하네. 알겠나? 이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이 될 수도 있는 권한이 나에게 있단 말이지. 그 정도도 모를 위인은 아니라고 생각하네."

그리고 가엘 소장님은 특유의 심문 방법을 슬슬 쓰시려는 듯 꼬치 꼬치 답변을 요구하는 듯한 뉘앙스의 질문들을 던지셨다.

"자네도 베델이 뛰어난 천재라는 것 쯤은 알고 있겠지? 그와 함께 베델이 연구이외에는 덤벙대는 성격이란 것도 알테고 말이야?"

"네.."

"그리고 그 베델의 게이트웨이 연구의 기초가 블루투스라는 것도 알테고 말이야?"

"네?" 가엘 소장님은 무언가를 알고 계시는 듯한 확실한 어투로 말을 이으셨다.

"왜 말이 없는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지. 리겔. 명문 귀족의 집안 자제님께서 살인죄와 관련한 일에 연루되고도 거짓말을 할 정도로 머리를 폼으로 달고 다니진 않겠지?"

"네.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그럼 그 기술이 누출된 일도 알고 있을 테고 말이야?"

가엘 소장님은 어릴 적부터 나를 바왔던 아버님의 친구분이시라 나의 눈빛만으로도 무슨 생각을 아시는 분이시다. 그런 분에게 숨기는 자체가 무덤을 파는 짓일 것이다. 베델에겐 미안하지만 사실을 숨길 수가 없었다.

"네. 듣기만 들었지 자세한 건 잘 모릅니다. 죄송합니다."

"미안해 할 것 없네. 난 자네의 도움을 구하고 싶을 뿐이야."

뜬금없이 가엘 아저씨가 도움을 요청한다고 하셔서 순간 멈짓했다.

"제가 무슨 도움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가엘 아저씨는 다시 보안카드에 적힌 1급이란 단어를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사건의 배후에는 큰 음모가 있네. 그 음모가 제이 선생님의 연구와 데네브의 연구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일련의 사건을 보더라도 알수가 있지."

가엘 소장님의 음모라는 말에 순간 섬짓한 생각이 들었다. 가엘 소장님은 놀란 나를 달래려는 듯 조금 부드러운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해 주셨다.

"요즘 들어 일어나는 강력 범죄들은 자네와는 무관한 일이라 정책에 바쁜 자네는 신경쓸 여가가 없었을 것이네..하지만 우리는 다르지. 잠잠하던 메뚜기 때의 습격은 아직 번식기도 아닌데 조금은 뜬금없는 일이지. 그렇지 않나? 그 메뚜기를 퇴치한 후에 우리 대원이 드러더군. 이 곳에 사는 종류가 아니라고 말일세. 그러고 보니 내가 향기마을에서 노랑 메뚜기를 본적은 없어. 풀밭이 푸른 이곳에 무슨 노랑 메뚜기인가? 필시 누군가가 어떤 용도로 이용한 것이 틀림없어. 예를 들어 우리의 말을 안들으면 이렇게 응징을 하겠다. 그런 경고 말일세. 그리고 요즘 들어 저 시들어져 가는 꽃들을 보는가? 저 꽃들은 수정이 되지도 않은 새파란 젊은이들이란 말이지. 아직 꽃이 시들려면 해야 할일이 많은 이른 시기이지. 그래서 조사를 해보았더니 대부분 향기가 사라졌어. 뭐 멀리 여행을 갔다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향기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고서야 어찌 꽃이 시들겠나? 그리고 주의의 향기들에게 물어보니 복귀하지 않은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말일세."

순간 나의 머리 속에는 여러 사건들이 일련의 퍼즐처럼 맞추어져 가는 듯했다.

"지난 번에 떨어진 유성우도 사자자리의 유성우와 시기적으로 동일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떨어진 물질은 유성이 아니라 지구 상에 존재하는 물질이었다네."

이런 유성우까지 실재가 아니였단 말인가?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미궁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그게 이번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요?"

"음.. 서론이 길었지. 앞의 사건들은 부수적인 사건들이지.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 사건들은 전에 향기나라에서 없던 일들이란 말이야. 우리가 비밀리에 무기를 개발 중인 것이 총이란 것인데. 저번에 호수근처에 사냥을 나온 인간의 향기에서 얻은 향기인데, 극비리라 무기 개발팀만 아는 사실이지. 하지만 이번에 제이 선생님이 사고를 당한 정황으로 볼때 화살은 아니란 말이야. 자네도 화살로 호수 저편에서 잠복해서 제이 선새님을 맞힐 수있겠나? 어림없는 일이지.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것이 총이란 것인데. 우리도 개발한 것을 모셔놓고 있을 뿐이야. 아직 익숙하지도 않고 위험한 물건이라서 말이야. 그런데 그게 버젓이 누군가에게 사용되고 있다는 말이지. 우리도 당황스러운 일이야."

"그럼 개발한 총은 분실되지 않았나요?"

나는 총이란 것이 궁금하기도 하고 잘 보관중가해서 질문을 던졌다.

"당연히 개발한 12자루 모두 잘 있네."

"그럼 그 범행에 사용한 화살..아니 총이란 게 어떻게 그들이 사용하는 거죠?"

"그게 불루투스 기술이란 것이지. 인간의 향기에서 직접적으로 정보를 케내도록 데네브가 응용한 기술이지. 물론 놈들은 정보만 캐낸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묻어있는 파괴적인 향기에 물들었을게 분명하네. 안그러고 서야 이런 끔직한 일들을 점점 대범하게 저지르진 않겠지. 자기들 생각에는 완전 범죄라고 생각했겠지만 향기가 없을 찌언정 일어난 사건까지 없앨 수는 없지."

가엘 소장님은 여기까지 말을 마치고는 여러 사건들을 구시렁대시면서 손가락으로 연결하는 제스처를 보이셨다. 그리고는 무엇가 분명한 결론에 도달한 것처럼 말을 이었다.

"제이 아저씨가 연구하는 것은 생명의 씨앗이지. 범인들은 그 목적을 위해 데네브의 기술들을 빼내어 활용하고 있어. 데네브가 개발한 여러 잡다한 것들도 놈들에게 해킹을 당하지 않았다는 장담은 못하지..그럼 놈들이 노리는 건.."

땅에 이것 저것 선을 그리시더니 한들을 하나의 원으로 모으면서 강하게 말을 뺃으셨다.

"그건 생명의 에너지인거 같네.."

"네?"

너무 뜬금없는 결론에 나는 입이 벌어졌다.

"그건 말도 안되는 결론이예요! 생명의 에너지는 우리 향기나라의 에너지의 원천이예요!! 알기는 하시고 그렇게 무책임하게 말씀하십니까? 이번에 추진 중인 햇볕저장 정책이나 에너지 개발관련한 여러 시스템들도 생명의 에너지 없이는 죽은 송장에게 패션감감 운운하는 거랑 마찮가지란 말이예요!!"

나는 너무도 에너지에 대해 무책임하게 말을 내뺃는 소장님이 괜히 밉쌀스러웠다. 터무니없는 결론으로 사건을 덮어버려는 관료주의적인 발상일 수도 있다. 이건 뭐 외계인이 저지른 범죄라고 단정짓고 사건을 질질끄는 끌다 사건이 잊혀지면 덥어버리는 거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한심스러울 뿐이다!!

"흥분하지 말고 들어보게나. 쩝...자네답지 않게..."

순간 가엘 소장님이란 걸 잊고 무례했던 것같아 사과를 드렸다.

"죄송합니다. 너무 터무니없는 결론이라 좀 흥분했어요."

"이해하네.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는 자넬 누가 당하겠는가? 하지만 자네도 데네브의 기밀 유출과 제이 선생님의 부상등 여러 희귀한 사건들까지 부인하지는 못할꺼야. 그게 놈들의 짓인 것은 분명하다는 것은 자네도 알지않은가? 물론 놈들이 노리는 것이 생명의 에너지란 것은 내가 지금 내란 결론이니 좀더 생각해 보기로 하고...다음에 놈들이 노리는 건 자네일꺼란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네."

또 뜬금없이 나를 끌고들어가는 바람에 또 흥분할뻔 했지만 우선 들어보기로 했다.

"제이 선생님이 고지식한건 자네도 아는 바야. 데네브의 기술이야 그 녀석이 워낙 덤벙대는 스타일이라 놈들이 맘만 먹으면 얻기는 식은 죽먹이였을꺼야. 하지만 제이 선생님은 다르지. 분명 무슨 모정의 접근이 있었다가 실폐했을게 틀림없어. 그래서 결론을 내렸겠지. 이왕 정보를 못얻을 바에야 적에게 도움을 주느니 죽이는 편이 나을꺼라 말일세. 나라도 그럴테니. 놈들이 제이 선생님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건 생명의 씨앗에 대한 거는 누구나 알지. 하지만 제이 선생님도 일반적인 것은 저술로 남기시지만 그 해독서는 10년에 한번정도씩 내셨지. 놈들도 다급했던 모양이야. 생명의 씨앗을 건드린 흔적이 있는 걸로 봐선 말이야. 하지만 생명의 씨앗은 제이 선생님같이 다룰 수있는 사람 많이 접근이 가능하지. 일반인은 씨앗을 돌리는 것조차 버거울테니깐 그걸 캐내어 훔쳐가는 것은 엄두도 못내지."

또 이야기를 횡설수설하시는 것같아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근데 이 사건과 제가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놈들이 생명의 씨앗을 노리는 이유가 무엇인거같나?"

나는 또 생명이 어쩌고 저쩌고 하실것 같아 그냥 생각나는대로 말했다.

"돈이나 식량이겠죠."

나의 무성이한 답변에 아저씨도 답답한 듯이 혀를 차며 말했다.

"아니야 아니야. 그런 단순한 것들이야 얼마든지 훔칠 수가 있어. 놈들은 그것들을 만들어내는 에너지를 원한단 말이야. 크면 클수록 더 강한 상위의 에너지를 말이야. 알아 듣겠나."

가엘 소장님의 갑작스런 호통에 나는 수궁해주는 척했다.

"그래서 분명히 향기나라의 에너지 시스템의 귀재인 자네에게 반드시 접근을 할 것일세."

순간 나에게 들어닥칠 일이라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리고 자네가 자신들이 요구하는 정보를 주지 않으면..."

가엘 소장님은 누워있는 제이 아저씨의 향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젊은 나이에 자네도 저런 꼴이 되겠지..."

식물인간.

인간들이 식물처럼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쓰는 용어이다. 뇌사로 완전히 영혼이 죽은 사람과는 구별하여 부르는 용어이기도 하다. 그런 식물 인간처럼 제이 아저씨가 누워있다. 그 모습이 내 모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나의 짧은 젊은 일생이 주마등처럼 흘러 지나간다. 물론 나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도 이번 사건이 중요한 일이지만 향기나라의 안전과 발전이 걸린 중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나는 새삼 데네브가 말한 그 파괴적인 향기라는 것이 이런 것이였구나하고 순간 무슨 일을 해야될것같은 의무감이 밀려왔다. 아니 내가 아니면 안될 것이란 운명같은 정의감이 나를 감쌌다.

"그러면 제가 무엇을 도와드려야 됩니까?"

"하하. 그 말이 나오길 기다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