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선
박원주
나는 철학자요, 시인이란 대명제를 걸고
견강부회의 진모리, 자진모리를 마구 울린다
나는 나는 신이 나서
산허리 들쳐 메고
홍해 한번 갈랐다가
어느 날 문득
어떤 원인의 화살
-데카르트의 제1명제를 흔들-을 맞고
나는 앓았다. 오랜 시간을.
그러나 나는 한 시인이란 대명제를 걸고
비유를 써서 나를 의사가 되게 했다
직유로써 '훌륭하다'는 지나친 수식을 붙여 보았고
은유를 통해 그것을 합리화하려 애썼다
하지만 나는 반어를 몰랐다
의사가 자신을 치료할 수 없다는 아이러니를 말이다
현실은 그 강한 힘으로 은유 아닌 은유로
나를 문둥이로 만들어 버리곤
낮선 외딴 곳에 던져 버렸다
나는 힘을 잃은 고독의 시인이 된다.
허나,
절망의 끝에서 피어나는
우발적인 역설의 혼.
상처받은 영혼들에 들려줄 고독이 서린 푸른 소리들
그로써 난 역설을 알았고
기법들보단 영혼의 소중함을 품는 시인이 되었다
난 지금
한 순간의 마술보다 더 아득한 의미들로
시로써 더 푸르게 이 세상을 꾸며가고 있다
그대 상처받은 영혼들에게 시의 찬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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