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주의보 24

#1.4 잃어버린 동산

빛은 존재하지만 아직 어느 누구도 빛을 보지는 못했다. 다만 빛을 믿고 느낄 뿐이다. #1.4 잃어버린 동산 "♬오~ 밝은 햇빛. 너 참 아름답다. 폭풍우 지난 후 너 더욱 찬란해~"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넙쩍 바위 위에서 가수를 지망하는 나팔꽃 향기들이 아름답게 목청을 가다듬고 있다. 한때 유행했던 곡을 젊은이들의 리듬에 맞춰 편곡한 걸보니 감성까지 퓨전이 되는 것같은 색다른 느낌이 든다. 그 옆 풀밭에서는 안개꽃들이 안개를 휘감은채 떠오르는 시상을 온몸으로 흥얼거리며 잎사귀에 적고 있다. "찬란한 우주 아래 거침없이 햇살이 하늘을 투과한다. 우리의 잎들은 보이지 않는 빛을 눈부시게 먹는다. 빛들은 몸에 스미어 까만 붓을 들고선 반대편에 조그만 밤을 그리어 놓는다. 빛 속에 숨겨진 풍성한 먹거리. 먹기..

#1.3 나비효과의 시작점

작은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이 되고, 면이 모여 개체가 되고 개체가 모여 사건이 된다. #1.3 나비효과의 시작점 햇살이 비단같은 커튼이 물결을 어루만지다 주르룩~미끄러져 내려와 투명한 창문틈을 헤집고 들어온다. 저 깔끔한 책상과 반듯한 가구 배치는 어찌보면 체계적인 데네브의 직업을 반영하는 듯하다. 하지만, 여기 저기에 아기자기하게 숨어있는 귀여운 장신구과 사진들을 보면 데네브의 창조적인 기질이 또한 느껴진다. "하는 일은 잘돼? 데네브" "어~리겔. 언제 들어왔어? 나 참. 난 꽃봉우리를 열어놓고 있을 때는 계속 문을 닫는 것을 까먹는단 말이야." 데네브는 오늘도 컴퓨터와 보내느라 정신이 없다. 데네브의 모니터에는 여러 프로그램 언어들이 퍼즐조각처럼 쌓여져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

#1.2 향기란 모호한 정의

보이는 것과 존재하는 것과 느껴지는 것의 모호한 정의의 경계 누가 그 경계선을 그어줄 것인가? #1.2 향기란 모호한 정의 잔잔한 호수의 물결이 물표면을 간지럽히며 밀려오더니 보리밭처럼 빼곡한 수초사이로 도망치듯 멀리 사라져 버린다. 잔 물결들은 심심했는지 여기 저기서 다시 되돌아와서는 수줍음많은 수초들을 또다시 간지럽히고 있다. 머언 항해에 지친 호수의 물결들이 잠시나마 쉬어가는 둥근 연잎의 마을. 그곳엔 내가 좋아하는 태곳적 수수한 향을 가진 그녀가 있다. 물론 그녀는 아직 향기를 알지 못하기에 그 매력을 도무지 알지 못한다. 지금 그녀는 햇살과 안개를 적절히 썩어가며 부드러운 심호흡을 하고 있다. 잎을 적신 안개 빗으로 자신의 멋진 향기를 고양이가 털을 고르듯 조심스레 가다듬고 있다. "안녕~가시연..

#1.1 사렛마을의 아침풍경

"아직 나를 모르는 인간들과 아직 나를 모르는 친구들을 위해..." - From Rigel - #1.1 사렛마을의 아침풍경 "긴급 속보입니다. 어제 저녁에 갑작스럽게 내린 사자자리 유성우로 버들나무언덕 버섯길에서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번 사고로 결혼식을 앞둔 프레세페 양의 꽃잎이 떨어져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는데요. 자세한 현장 소식을 라이언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라이언 기자? " '음...안타까운 소식이군...쩝~' 나는 아침엔 웅크렸던 잎을 활짝 펴고 여기 저기에서 들려오는 분주한 소식들을 듣느라 정신이 없다. 아침을 알리는 상쾌한 찌르래기의 지저귐처럼 여기 저기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새로운 하루가 어김없이 오늘도 시작됨을 친절히 알려준다. "어제 오후 1시경 물푸레 언덕 기슭에서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