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추억의습작들('08)

2πr[4] 소풍(逍風)-바람과 거닐다

별신성 2012. 2. 15. 20:39

소풍(逍風)-바람과 거닐다      

                     박원주 

바람을 따라 오솔길 따라 
풍경 속 이정표에 잠자던 더듬이를 세운다. 
끝없는 들녘 길은 촘촘히 풍경들이 채워져 있고 
나의 산책을 기다린 듯이 간직했던 이야기를 읊어다 준다. 

부드러운 흙 비늘을 손을 대어 쓰다듬자 
드넓은 들판 그림 속으로 나는 스미어 사라져 버린다. 

지나던 연근 동굴 속에 잠자던 연꽃 깨워보고 
굵은 대추나무 허리에 시간의 껍데기도 붙여 본다. 
햇살에 마당 뛰노는 흰 강아지 남매들도 
강물 속 발 잠그고 물장구치는 물오리들도 
거니는 낮선 시선에 꼬리를 흔들며 인사를 건넨다. 

담 없이 빨랫줄에 걸린 부끄럼없는 아주머니 옷은 
미리부터 봄꽃무늬를 피워 걸어 놓았다. 

길 저 끝에서 익숙한 풍경이 나를 불러도 
다시금 되돌아와야 하는 발걸음의 연어들. 
이제는 바람만이 들녘에 남아 
못다 거닌 걸음을 따라 외로이 거닌다.

'비타민 시++ > 추억의습작들('08)' 카테고리의 다른 글

2πr[6] 채널 666  (0) 2012.02.15
2πr[5] 경칩후 소리  (0) 2012.02.15
2πr[3] 눈(目)의 잎(口)  (0) 2012.02.15
2πr[2] 이력의 書  (0) 2012.02.15
2πr[1] 먼지를 돌아보며  (0) 2012.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