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이 누나야
박원주
우리 옆 마을에는 맹이 누나가 산다
외할머니 댁을 방문할 때면 언제나 해맑은 맹이 누나
돈을 달라는 듯 공손히 손을 모을 땐
난감한 듯 쳐다볼 밖에 어린 나는 별도리가 없었다
가끔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춤을 출 때면
웃어야 할지 도망을 갈지 난감해 했었다
정상이 아닌 정상을 향한 우리의 몸부림 속에
낙오의 딱지를 붙이고도 즐겁게 인생을 살아가는 누나.
돌아오는 길 좁은 골목길에 아직도 앉아서
하루가 가는 걸 누나는 또 지켜보고 있다
무력한 자신을 알기는 할까
알 수 없는 신의 뜻이 원망스럽긴 할까
아니면 매정한 세상에 억장이 무너질까...
웃으며 웃음짓는 주름진 눈가
떡 벌어진 입에서 침이 주르륵 흐른다
나의 눈가에 맺혔던 눈물
침과 함께 내 눈물도 흘러 내린다
정상을 향해 오를 수없는 이들은
누구에게 원통함을 구걸해야하는가
소외된 이들은 누구의 가슴에 얼굴을 뭍고 울어야하는가
외진 골목길 나를 향해 웃어주는 누나를 보며
일상 속 정상으로 발걸음을 씁쓸히 옮기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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