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추억의습작들('08)

2πr[15] 오솔길 단골 손님

별신성 2012. 2. 15. 20:50

 오솔길 단골 손님 


            박원주 

이 고요한 시골 밤중 
말없는 오솔길은 
거니는 내가 단골인 것을 
기억하고 있을까 

어릴 적 산딸기 따먹던 
가벼운 발걸음과 
세월 속 풍파에 지친 
발걸음의 무게를 
다르게 느끼면서 다독거리고 있을까 

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제 빛깔이 다르듯 
이 작은 시리우스 
내가 남긴 흰 발자취를 
다녀간 수많은 걸음 속에서 
찾아낼 수 있을까 

앞서 걸어간 훤칠한 
공룡의 큰 발자국. 
말없이 다가서서 
손끝으로 쓰다듬어 본다. 

나비날고 들꽃잎 떠돌던 길에 
지친 발을 띄우고 
눈물로 발을 씻기던 
마리아의 머릿결 따라 
이 밤중 외딴 오솔길을 
반딧불과 떠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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