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을 따라 돌며
박원주
푸른 호수가
맑은 하늘이 내려와 고여있다
호숫가를 따라 굴러다니는 조약돌을 밟으며
펼쳐진 호수의 크기를 가늠해 본다
바람을 따라 일렁이는 물결은
복조리가 쌀을 일렁이듯 열심히도 대지를 때리고 있다
눈부신 햇살이 찰랑거리며 수면에 반사되자
갖혀져 있던 나의 경계가 딱딱한 눈을 뜬다
바다...
이 좁은 산맥 외톨진 곳에도 그 숨소리가 고동치는 대양의 바다.
바늘에 고래라도 잡을 듯이 내가 낚시추를 던지는 것은
그 넓은 숨결이 한없이 그리워서리라
내가 이 긴 호숫가를 마다하지 않고 돌아오는 이유도
드넓은 바다를 돌았다는 동경이 착각이 되기 때문이다
철썩이는 파도가 고이는 외진 숲길
그속에서 미역처럼 붙어서 휴식을 취한다
이 푸른 바다에 사는 생선의 맛이 그리워서
삽겹살이라도 구우며 구수한 내음을 녹여본다
이 호수를 돌며 호수의 넓이를 가늠해본 사람들.
- 열심히 오리배를 젖는 사람들.
수상스키의 긴 V자의 물결을 자취로 남기는 사람들.
어머니의 손을 잡고 하품을 날리는 사람들.
바위위에 애인과 돗자리를 펴고 누워있는 사람들.
찰랑이는 파도에 일렁이는 물풀처럼 그 모두가 호수의 일원이 되기로 결심한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호수를, 호수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뉘엿지는 햇살이 머리위에서 기울고
아카시아의 향기도 파도를 따라 그렇게 콧속을 기어가 철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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