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은 냉장고 문을 열고 코끼리를 넣고 문을 닫는 것.
생명을 작은 상자에 넣는 방법은 작은 상자를 준비하고 생명을 넣고 꼭꼭 닫는 것.
둘중에 어느게 말이 안되는거지?
#1.21 봄의 씨앗. 그 뜻밖의 행운
얼어붙은 향기나라..
추위와 적막감만으로 시간이 멈춘 그곳.
아무도 이전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누가 그런 추위와 겨울이 오리라고 생각했을까? 한번도 오지 않았던 미래를...
하지만 누가 또 그런 추위와 겨울이 지나가리라고 생각했을까? 한번도 오지 않았던 미래를..
그러나 얼었던 시간은 다시 녹아 흐르기 시작했다.
땅이 녹기 시작했고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죽은 건가? 이 캄캄한 곳은 어디지?'
"아.."
나의 신음소리를 듣고는 살아있음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이내 다시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뻐꾹 뻐꾹..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물결을 가지럽히자 물결도 강가를 가지럽히고 강가에 떠밀린 한 씨앗도 간지러워 하고 있다.
봄. 인간에게는 익숙한 말.
하지만 누군가는 제일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심각하게 그 의미를 고민했었다.
봄. 과연 누가 우리에게 다시 처음, 그 시점을 다시 허락했단 말인가?
하루살이에게 겨울이란 의미없는 단어이듯이 누구에게 아주 익숙한 반복이 그 처음을 연 이에겐 무척이나 낮설었다.
그리고 이 딱딱한 상자같은 이것(작으니까 그냥 씨앗이라고 하자)
누가 나를 여기에 가둔 걸까?
아무리 생각하려해도 도무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
뜨거운 사랑을 나눈 황홀함이 슬쩍 느끼지다가도 도무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않아 허탈감이 마구 밀려왔다.
씨앗이라는 이 딱딱한 하드웨어로 쌓인 작은 상자속에 누가 부드러운 생명을 고깃고깃 숨겼을까?
그런데 그게 가능한 일인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코끼리를 어떻게 냉장고에 집어넣는단 말인가?
내가 씨앗이란 상자를 통해 다시 태어난 것인가?
그런데 이게 가능한 일인가?
이건 도무지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또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다.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 그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
난 이 상자를 뚫기 위해 아주 오랜 시간을 노력했고 결국 상자를 뚫고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새로운 싹을 틔우고 꽃을 틔우고 향기를 발했다.
불가능한 일. 그 일이 이젠 현실이 되었다.
"안녕~가시연꽃. 난 리겔이라고 해"
"어~안녕. 근데 어디에서 이야기하는 거야?"
"물론 너의 옆에서 이야기하는 거지."
"그런데 너의 꽃은 안보이는데? 식물은 맞는거야? 귀신은 아니겠지?"
"응..향기로 이야기하는 거야. 사실 나는 사렛 마을의 갈대언덕에 사는 장미꽃 리겔이라고 해. 너에게 나의 향기를 전하러 왔어."
"향기? 향기가 먼데? 꽃가루 말하는 거야?"
"꽃가루는 아니고..그니까 그게 뭐냐면... "
"너도 향기를 알게 되면 나처럼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꺼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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