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주의보/향기나라뮤즈이야기

#1.17 태풍의 전야제

별신성 2013. 1. 30. 00:39

인간은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고

존재는 무에서 나와 무로 돌아가고

향기는 꽃에서 나와 꽃으로 돌아간다.

 

#1.17 태풍의 전야제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베델과 가엘소장님을 뒷전으로 하고 나는 슬그머니 잃어버린 동산으로 올랐다.

"부시럭 부시럭~~"

아무도 없을줄 알았던 잃어버린 동산에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누구냐!!"

"까~~꿍!"

깜짝 놀란 나의 모습을 비웃기라도 하듯 제인이 방끗 웃으며 나타났다.

"깜짝 놀랐자나. 아버님은 병상에 누워놓고 여기서 뭐하니?"

"아빠는 계속 누워있으니까 심심해서 나왔지. 아빠가 씨앗 해독을 어디까지 했는지 자료도 궁금했고 말이야. 그런데 여기 근방에는 없는거같네. 하긴 여기에 종이나 자료를 둘 아빠가 아니지. 하하"

"넌 이 상황에 웃음이 나오니?"

"그럼 울까? 울었음 좋겠어?"

"됐다. 말을 말아야지. 원.. 그나저나 씨앗해독 자료는 뭐 좀 알아낸것 있어?"

"응. 아빠가 메모지에 적은 자료들을 좀 살펴봤는데 특이한 건 유성으로 쓰여있어. 집에는 모두 수성만연필인데 집에서 쓰신거 같진 않아."

순간 집이 아니면 어딜까 하다가 유성이란 말에 헤라 아주머니의 산호마을이 생각났다.

"헤라아주머니께 가서 물어보자."

"헤라아주머니? 그 아주머니 향기가 안느껴지는걸로 봐서 무슨 일 있으신듯한데.."

"아.. 그치.. 쓰러지셨지..참.. 우선 아주머니 집 근처를 찾아보자."

우리는 산호마을로 달려와 헤라아주머니 집을 뒤척였다.

"저기 창가 서재 너무 이쁘지 않아? 달빛이 그윽할 거 같은게 우리 아빠가 좋아하는 분위기야."

나는 창가 서재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깔끔히 정리된 서재에는 많은 책들이 꽃혀 있었다.

"이렇게 책이 많은데 어떻게 찾지? 눈앞이 캄캄한데.."

"어쩌면 쉬울수도 있어. 씨앗비문기를 찾으면 말이야. 우리 아빠가 정리 하나는 칼같이 하거든."

"씨앗비문기는 내가 자주 읽어서 좀 알지.."

나는 금색의 책을 찾았다. 그리고 그옆에서 특이하게 말린 두루마리 종이를 발견했다.

"요즘 잘 안쓰는 고대 두리마리네.."

우리는 실로 감긴 두루마리를 풀러보았다. 이것이 씨앗해독집인가?? 알쏭 달쏭하게 적힌 씨앗해독집은 아래와 같이 적혀 있었다.

 

우주의 노래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우주가 깨어나자 빛이 달리고

생명이 꽃피자 영혼의 하프소리가 들린다.

보이지 않는 향기를 보고

생명의 씨앗에 네 영혼을 담그라.

처음이 오면 곧 끝이 오리니

처음의 열쇠가 마지막 문을 닫으리라.

생명이 꺼지는 순간 모든 것은 새롭게 되리라.

영원함을 믿는 자는 영원하리라.

 

"근데 이게 무슨 말이지?"

"그러게 말이야. 토동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시인가? 시라하기엔 너무 어렵고 무슨 예언같은 느낌인데?"

"응. 우선 여기에 다시 숨겨두고 가엘 소장님께 말씀드려보자."

나는 가엘 소장님께 가면서 조금전에 읽은 해독집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전설에 따르면 씨앗비문대로 우리 향기나라가 움직인다고 했다. 무슨 내용인지는 잘 모르지만 앞부분은 벌써 이루어진 과거겠지. 그럼 어디가 지금을 말하는 부분일까. 끝이 오리니 이부분인가? 아무래도 끝이나 마지막이니 하는 이 구절이 지금의 상황이 아니겠어. 지금이 향기나라의 사활이 걸린 순간인데..어려운 구절들 때문에 생각이 더 복잡해진다'

나는 우선 다시 가엘 소장님께로 왔다. 아니나 다를까 바이러스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었다. 곧 내성이 강한 나도 바이러스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몰려왔다.

그런데 갑자기 사라졌던 크류아저씨가 사람들 사이에서 소리치고 있었다.

"여러분. 이 향기나라는 조만간 멸망합니다. 허리케인이 다가오면 이 바이러스의 방지선도 무너지고 모두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을 겁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샘명의 샘물도 거의 바닥났지 않습니까? 마구 퍼가다간 생명의 씨앗이 말라버려 향기나라 자체가 멸망할 겁니다. 그런데 생명의 샘물이 남았습니다. 어디에요? 우리 시퍼님에게 말이죠. 시퍼님은 향기나라에 일어날 일을 미리 예견하시고 만약을 대비해 다량의 생명의 샘을 비축해 두셨습니다. 아시겠지만 생명의 샘물만 있다면 죽지는 않습니다. 시퍼님이 언젠가는 백신을 개발하실 것이고 곧 살게 되겠지요."

나는 속으로 정말 크류아저씨가 맞은지 의아해했다. 목소리는 정말 크류아저씨인데.. 그분은 이미...죽었잖아..??'

"하지만 여러분! 다들 아시겠지만 이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하하. 생명의 샘물을 얻고 싶으면 즉, 살고 싶으면 향기의 구슬을 가져와야 합니다. 향기의 구슬이 어딨는지는 다들 아시죠? 여러분 바로 옆에 있지요. 네. 당신옆의 향기속에 감춰져 있습니다. 잘 꺼내서 오세요. 하하. 약육강식아시죠? 식물세계에도 이제는 약육강식입니다. 하하. 옛날같이 다 공멸할 수는 없잖습니까? 하하. 선착순으로만 접수합니다. 저희도 마냥 기다릴수는 없잖아요?? 하하. 이제 시간이 별로 없어요. 여기서 죽든지 죽음의 계곡에서 새로운 생명의 샘물과 함께 살든지 알아서 판단을 하세요!"

나는 정말 크류아저씨인지 점점 가까이 다가갔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크류아저씨임을 알았다.

"여러분. 그럼 난 바빠서 이만."

"저기.. 크류아저씨!!"

나의 소리를 뒤로 하고 크류아저씨는 나와 눈이 마주쳤지만 이내 옆 땅속 동굴로 달아나 버렸다. 급하게 쫒아가보았지만 어느새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죽은 크류아저씨가 여기는 어떠게?? 나는 너무 의아해서 정신이 멍했다. 이런 나의 궁금함과 달리 향기들은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향기나라는 끝났어."

"맞아. 생명의 샘물도 없는데 생명의 씨앗도 말라서 죽지 않을까?"

"그래 맞아. 생명의 씨앗이 죽으면 여기엔 더이상 에너지도 없는데 우리도 곧 죽을꺼야."

"그전에 이 바이러스때문에 다 죽을걸. 봐봐 이 생명의 샘 근처의 우리는 살았지만 이제 샘물도 없는데 바이러스에서 어찌 안전하겠소."

"이왕 죽을바에야 생명의 샘물이 있는 시퍼에게 갑시다. 거기에 처방전도 있다고 하니까 말입니다."

어느새 여론은 크류아저씨의 말에 다 현혹된 분위기였다.

"그런데 시퍼에 가려면 향기의 구슬을 3개가 필요하다고 하던데.. 그건 향기들마다 하나씩 밖에 없는데..."

순간 향기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내 저마다의 가시와 독과 무기를 꺼내들고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서로의 향기속에 감추인 향기의 구슬을 꺼내어 가지겠다고 정신을 잃은 모양이다. 하지만 향기의 구슬은 향기의 심장과 같은 에너지원. 이것이 없어지면 향기는 힘을 잃고 죽게 된다. 향기가 향기를 서로 공격하자 상처를 입은 향기들은 향기의 구슬이 붉게 빛났고 옆의 향기들은 그 구슬의 빛을 보고 욕심에 눈이 멀어 더 가차없이 공격하기 시작했다. 죽은 향기가 남긴 향기의 구슬을 들고서 기뻐하는 향기. 또 그 기뻐하는 향기를 공격해서 구슬을 두개 차지하는 향기. 두배로 기뻐하는 향기를 또 공격하고 공격하고.. 앞의 전투들이 멋졌다면 이것은 살육이라고 밖에 부를 수 없었다.

"리겔..."

"네. 소장님.."

"미안하구나. 이젠 더 이상 여기서 내가 손을 쓸 방도가 없구나."

힘을 잃고 나에게 고개를 떨구는 소장님을 보니 내 마음은 더 착찹했다.

기세 등등한 저 살인마같은 향기들은 시선을 어느새 우리에게로 돌리고 있었다.

"우리가 죽음의 계곡에 가서 시퍼의 왕국을 새울 필요없이 시퍼가 여기 왕이 되면 어떻습니까?"

"옳소!!"

"옳소!!"

향기들은 모두 시퍼의 통치를 기다리는 듯했다.

이때 메마른 생명의 샘 호수바닥이 들썩이기 시작하더니 칡넝굴손이 땅속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거대한 칡넝굴손이 땅위로 솟구쳐 올랐다.

"시퍼님이다!! 우리를 구원해주시러 시퍼님이 오셨다."

향기들은 모두 시퍼를 환소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때 시퍼가 군중을 잠잠히 시키며 말했다.

"신사숙녀 여러분. 여러분이 아시는 바대로 전 여러분을 바이러스로부터 구원할 수도 있고 이 생명의 샘물을 다시 원상복구 시킬수도 있습니다. 다만 저 생명의 씨앗의 에너지가 없으면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되죠. 그래서 전 씨앗해독집을 찾고 있는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리겔은 그 해독집을 찾았지요. 하하."

나는 순간 시퍼가 정말 신은 아닌가 의구심이 들정도로 놀랐다.

'아니 어떻게 내가 찾은 것을 알지? 그냥 추측하는 거겠지. 나만 입을 다물면 돼.'

시퍼는 계속 입을 열어 군중을 선동했다.

"나에게 저 씨앗해독집을 다오. 리겔. 내가 향기나라를 새롭게 재정립하겠어. 크크."

이때 군중중에 한 향기가 소리쳤다.

"그런데 우리가 당신을 어떻게 믿고 왕으로 추대한단 말이요?"

그러자 시퍼는 덩굴손을 들어 어느새 휙 가엘소장님을 휘감아 버렸다.

"으으윽..으~"

"보시오. 여러분이 그렇게 믿고 따르는 가엘 소장이요. 이 자가 그대들에게 무엇을 해주었지? 한낮 나약함에 모두를 멸망으로 몰아넣고는 이렇게 지켜보고만 있지않소. 이런 애송이들에게 향기나라를 맡기는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거지. 크크크."

"으~으~으~~!"

시퍼의 칡덩굴이 가엘 소장님을 더 조이자 심장이 고동치듯이 가엘 소장님의 구슬은 붉게 커졌다 줄어들었다 고동치기 시작했다. 그리곤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어찌?? 더 증명해 보여야겠소? 당신들이 죽이라면 죽이지. 하하"

"소장님!"

나는 황급히 소리쳤다.

"소장님! ...!!"

그때 어디선가 황급히 나를 불렀다.

"오빠! 어서 내 손을 어서 잡앗!"

"어??"

제인의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