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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죽음의 계곡속으로

별신성 2013. 1. 30. 00:45

내일 피는 꽃은 오늘의 씨앗에 근거한 것이다.

오늘 열린 씨앗은 내일의 꽃에 근거될 것이다.

하지만 내일도 생명도 존재도 그 자신을 증명할 수 없다.

 

#1.18 죽음의 계곡속으로

바이러스는 계속 종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온천지가 검은 바이러스의 내음과 먼지로 진동을 했다. 이렇게 앞으로 일어날 일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저멀리 허리케인의 검은 구름은 어느새 향기나라를 집어 삼키고 있었다.

쏴아악..

허리케인의 돌풍의 도가니속에 바이러스도 향기들도 모두 하나의 소용돌이 속에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끝..

이렇게 거대한 아틀란티스 제국 향기나라도 종말을 고하는구나..

나의 껍질을 뚫고 시커먼 바이러스포자들이 튀어나왔다.

툭툭 포자들이 터질때마다 나의 몸은 하나둘 공기중으로 산산히 부서지며 흩날렸다.

그래..향기로 왔으니 향기로 돌아가는구나..

홀가분하다..

다만 시커먼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게 아쉬울 뿐 미련은 없다.

나름 알차고 즐거웠으니까..

의식이 흐려진다. 바람이 시원하다..

아..

"리겔오빠. 정신차려봐. 오빠!"

"응??"

'꿈이였구나. 다행이다..'

"정신이 들어?"

"응..근데 여긴 어디야?"

"어디긴 보면 몰라?"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생명의 섬. 생명의 씨앗에 와 있었다.

"어찌된거야?"

"그러게 나도 잘 모르겠어..아까 그 두루마리 말이야..오빠가 펼땐 잘 펴졌는데 말이야. 내가 말아서 숨기려고 하니까 말리지가 않아..그래서 어쩌나 어쩌나 하고 있었는데..그 두리마리가 좀 이상해.."

"뭐가?"

"그게 글씨가 움직이더라구.."

"글씨가??"

"응! 보고 있는데 살아있는거 같았어. 신기해서 보는데 그 두루마리안에 생명의 씨앗이 보이더라구? 그래서 더 자세히 보려고 하니까 내가 어느새 생명의 씨앗이 있는 여기에 와 있는게 아니겠어?"

"설마?"

"진짜야! 진짜라구!"

"알았어. 계속 이야기 해봐.."

"그래서 오빠에게 이야기를 해주려고 오빠를 생각했더니 글쎄 두루마리에 오빠가 보이는게 아니겠어?"

"그래?"

"응. 그래서 더 자세히 봤더니 오빠가 위험한 상황에 있더라구. 근데 나도 곧 거기에 있는거야. 그래서 후다닥 오빠 손 잡고 다시 여기를 상상하고 이리로 온거야."

"정말?"

"응. 지금 나와 여기에 있으면서도 못믿겠어?"

"응..믿기지가 않아. 꿈같아."

"그럼 오빠가 직접 두루마리를 보면 될꺼 아니야. 봐봐봐."

나는 펼쳐진 두루마리를 보았다. 정말 글씨가 움직일까? 뚫어져라 쳐다봐도 아무런 요동이 없었다. 괜히 장난에 당하는거 같아 두루마리를 말아서 던져버렸다.

"에이..뭐야. 아무렇지도 않네.. 어디서 약을 팔어!"

"아니야. 진짜야!"

제인은 나의 말에 당황했는지 두루말이를 집어들어 다시 펴서 확인하려 했다. 그런데 두루마리가 펴지지가 않았다.

"어 아까전에는 말리지가 않더니 이젠 펴지지가 않네?"

"또 먼 수작을 부리는 거니?"

나는 제인의 장난에 또 당하지 않으려 두루마리를 펼치며 말했다.

"자 봐봐. 어디 글씨가 움직이니?"

"자세히 보면 움직인단 말이야. 그리고 두루마리 아까는 안 말려졌었어."

나는 속는 셈치고 자세히 글씨를 쳐다보았다. 여전히 글씨는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두루마리속에 시퍼가 보였다.

"참 소장님!!! 소장님을 빨리 구해야해!"

"소장님은 시퍼에게 죽지 않았을까? 시퍼가 갈수록 힘이 강해지는 듯해. 이전엔 소장님보다 약했는데 어느새 소장님을 그렇게 제압할 정도가 된거지?"

"그러게 암튼 너의 말이 사실이라면 두루마리로 소장님을 구할 수 있겠지?"

"응. 그렇긴 할꺼야. 우선 해보자구. 소장님을 생각하면 보일꺼야."

우리는 두루마리를 열고 소장님을 떠올렸다. 그러자 그새 신음하는 가엘 소장님이 보였다. 그런데 너무 어둑컴컴해서 분간은 잘 안되었지만 소장님은 확실할 것이다. 우리가 그분을 생각했기 때문에. 그러자 곧 그곳에 우리는 와 있었다.

습한 기운이 감도는 듯하면서도 뜨거운 동굴. 무언가 썩는 악취가 나면서 그 악취에 정신이 혼미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살려줘어. 흑흑흑.."

"그만..제발 그만..흑흑흑"

무언가에 시달리다 그만하라는 소리도 힘이 없어 못하는 그런 흐느낌들이 동굴 곳곳에서 세어나왔다.

"악악악!"

"하하하하"

비명소리가 산듯한 걸보니 저 향기는 금방 들어온듯했다. 그런데 무슨 고문을 하길래 한쪽은 비명을 지르고 한쪽은 즐거워하는 걸까? 순간적인 차원의 이동에 나의 감각들은 상황을 파악하기 바"R다.

"리겔. 뭐해? 어서 소장님을 업지 않고? 시퍼가 알아차리기전에 여길 떠나야해."

"거기 누구냐?"

"헉. 큰일이다. 빨리 가야겠어!!"

"근데 큰일이야 리겔. 두루마리에 생각이 비치지가 않아"

"왜?"

"그건 나도 모르겠어."

우리 둘은 두루마리를 보며 다시 생명의 씨앗을 생각해보았지만 두루마리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리곤 이내 돌돌 말려버렸다.

"아하하하"

"시퍼의 목소리다. 젠장"

어느새 시퍼가 푸른 도끼눈을 하고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역시 가엘소장을 미끼로 살려두길 잘했군. 하하하. 근데 여긴 어떻게 들어왔지?"

"그건 알 필요없고 향기들을 잡아서 여기서 뭐하는거냐?"

"왜? 궁금해? 내가 생명호수의 물로 생명을 준다고 했잖니? 그래서 생명을 줬지. 근데 그갓 향기구슬로 어찌 평생을 살게 물을 주겠어? 구슬하나는 몇일분도 안돼. 나머지는 살아있는 날 만큼 내 노리개가 되어야지. 안그래? 나도 살려주는 보람은 있어야 될거아냐? 너도 살고 싶어? 크크크"

"잔인한 놈!!"

"뻔한 말은 입아프게 계속 하지 말어. 니 입도 더러운 걸 고백하는 거니까. 크크크"

시퍼는 두루마리를 보더니 이내 덩굴손으로 휙 감싸 빼앗아 버렸다.

"오. 이게 말로만 듣던 그 씨앗해독집인가? 어디보자."

시퍼는 두루마리를 펼쳐보려했다. 하지만 열려지지가 않았다.

"이게 왜 안열려? 어떻게 여는 거야? 말해!"

시퍼는 내 향기를 칡넝쿨로 조이며 말했다.

"너도 저 동굴에 같힌 향기들처럼 서서히 껍질이 벗겨지고 진이 빠져봐야 정신을 차릴꺼지? 어서 말 못햇!"

시퍼는 동굴이 무너질듯이 고함을 질러댔다. 땅속에서 놀란 구더기같은 벌레들이 꿈틀대다 다시 기어들어갔다.

"그래..입을 안 여시겠따? 여기 이쁜 아가씨가 하나더 있군. 이 아가씨가 죽는 꼴을 봐야 여시겠구만. 크크"

"아아악. 오빠아~~!"

시퍼는 어느새 제인을 숨조이고 있었다.

"그만! 그갓 두루마리 열면 되자나!"

나는 제인을 부축하며 가엘소장님 곁에 누이고는 두루마리를 집어 들었다.

"제인 지금이야!"

제인은 아까전에 못 업었던 가엘소장님을 등쳐업고는 나의 손을 잡았다.

우리는 어느새 생명의 씨앗앞에 축 늘어져 있었다.

"제인? 괜찮아?"

"응 오빠. 난 괜찮아.."

"정말 다행이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엘 소장님을 바라보았다. 가엘 소장님은 내상이 심하신 듯했다.

"조금전에는 왜 두루마리에 생각이 안보였을까?"

"그러게. 아까 우리가 얼마나 두려웠는데 빨리 안보이고 말이야. 진짜 그 어둑컴컴한 동굴속에서 그대로 죽는 줄알았어."

"그래도 이렇게 살아돌아 왔잖아."

두려움..난 제인의 두려움이란 말을 들었을 때 조금전에 왜 두루마리속 환영이 보이지 않았는지 알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제 이사태를 어떻게 한다. 앞이 막막했다. 제이 아저씨만 건강히 살아계셨어도 대책을 말씀해 주셨을텐데 말이다.

이때 불현듯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두루마리가 장소 이동만이 아니라 생각 속으로도 되지 않을까?

제이 아저씨의 머리 속 말이다. 곧 그런 믿음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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