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근원은 무엇인가. 고통의 끝은 어디인가.
어쩌면 모든 기억을 지우는 삶의 종착역도 고통의 종지부가 아닐지 모른다.
#1.15 누군가의 시나리오. 퍼즐같은 역활극.
베델은 나에게 수학문제를 자주 내곤했었다.
"리겔. 세균이 1초에 2개가 된다고 가정하자구. 비커에 세균이 1분이 되니 가득찼어. 그럼 언제 반이 찼을까?"
"30초??"
"틀렸어. 59초야. 하하하"
"엇. 그러네. 하하하"
그때는 웃으며 세균이 빨리도 퍼지네 했었는데 이제는 이 바이러스란 놈이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온천지가 검은 바이러스의 내음과 먼지로 진동을 했다. 이렇게 점차 어두운 아비규환의 늪으로 향기나라가 변해가는 듯했다. 우주도 여러 블랙홀이 빛을 빨아들이며 커져가다 최후에는 하나의 거대한 블랙홀이 남는다는데.. 우리네 현실이 딱 그 모양일 것이다.
"윙~~윙~"
또 저 꿀벌들이 날아다닌다. 오늘따라 엉덩이에 튀어나온 침이 유독 거슬렸다.
그런데 유독 퍼져나가던 바이러스가 갑자기 튤립마을에서만 뜸해졌다.
'왜 그런걸까? 이상하군'
나는 의사인 베델에게 그렇게 급속도로 퍼지던 바이러스가 갑자기 튤립마을에서 주춤한 이유를 살펴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베델. 이상하게 급속하게 퍼지던 바이러스가 우리가 땅속 애벌레와 사투를 같이 벌인 튤립마을에서는 더 퍼지지않고 그대로야. 왜 그런거지?"
"그러게 말이야. 나도 의문인데..?? 이 바이러스의 속도라면 튤립마을도 지금쯤 허브마을이나 들꽃마을처럼 사태가 심각할텐데 말이지. 다른 곳으로는 점점 퍼져가는 듯한데 유독 여기만 정체상태인 듯한데.."
"유독 튤립마을만 나아진게 아니라 아까전에는 사태가 심각했었어. 그런데 애벌레들의 습격을 받고 난후 사태가 호전된거지. 애벌레들의 시체가 항생제인가?"
"설마..."
"설마..?? 아니겠지.."
"애벌레는 단백질 덩어리여서 아마 바이러스들이 퍼지기에는 더 좋은 촉매제니까 그건 아닐꺼야."
"그렇다면..."
"그렇다면!"
우리 둘의 시선은 어느새 저기 고인 물웅덩이로 고정이 되어 있었다. 아직도 생명의 샘에서 흘러오는 대나무 물줄기 소리가 들려왔다. 저 물이 닿은 곳에서 아직도 그대로 생생히 살아있는 튤립의 줄기를 보면서 우리는 생명의 샘의 신비로움을 눈으로 목격했다.
"하긴 이 생명의 샘물은 우리도 다 알지 못하는 비밀스런 물이긴하지.."
"모두가 알다시피 생명의 샘은 생명의 씨앗과 함께 우리 향기나라의 에너지원이야. 특히 저 샘물은 생명의 씨앗을 보존하는 힘이 강력할꺼야. 아마 과학적으로 다 증명되진 않더라도 치유하는 에너지가 있는거같아."
이런 아비규환의 상태에서 백신같은 생명의 샘물..
막막한 바다에 표류하다가 보물섬을 찾은 듯한 행운이 느껴졌다.
'이 생명의 샘물을 잘 활용하면 이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의 재앙은 막을 수 있을까??'
우리는 가엘소장님께 즉각 이 사실을 보고드렸다.
"그게 사실인가!"
"네. 눈으로 본바로는 생명의 샘물이 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어느정도의 치유능력이 있는지는 베델에게 실험을 요청했습니다."
"음.. 그렇다면 현재는 이사실을 절대 외부로 누설치 말게나. 알다시피 생명의 샘에서 발원한 생명의 샘물은 현재 애벌레를 처치하느라 상당부분 사용이 되었지. 그양이 미미하긴 하지만 이 바이러스의 퍼지는 속도를 다 충당하기는 어려울 것이야. 또 이 샘물은 빨리 채워지지도 않지 않은가? 효과적으로 샘물을 관리하지 않으면 호수의 샘물은 바닥이 나고 말걸세"
"네. 알겠습니다. 전 무엇보다도 샘물이 생명의 씨앗과 밀접한 영향을 주고 받기에 혹시나 씨앗에게 불미스러운 사건이 생길까 걱정입니다. 저 씨앗이 우리 향기나라의 에너지원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기에 말이죠!"
"그래. 향기의 씨앗은 함부로 건드리기 어렵지만 그 환경인 잃어버린 동산과 생명의 호수를 잘 관리해 주지 않으면 안되지."
"윙~~윙~~"
튤립마을에서 잠잠하던 벌들이 벌써 여기까지 성가시게 날아다닌다.
순간 벌의 눈동자와 나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그 찰나에 그 눈동자속에 보이는 어두움...왠지 보리밭 동굴속에서 사라진 크류차장님의 눈동자가 떠올랐다. 저 벌들.. 기분나쁘게 윙 윙 거린다고 생각했는데.. 꽃들이 저렇게 시커멓게 바이러스 먼지에 허덕이는데 돌아다니는게 수상하긴하다.
"그런데 소장님. 저 벌들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래. 나도 이상하게 생각했네. 저 벌침이 꽁무늬 뒤로 나와있는 모양새며 이런 꽃이 죽어가는 악취속에 벌이라니.."
"네. 평소에 벌들은 벌침을 밖으로 내놓지 않는데 벌들이 너무 수상합니다.. 제 향기같은 직감에 따르면 저 벌들이 바이러스를 급속하게 옴기는거 같아요. 아니고서야 이렇게 빨리 바이러스가 퍼지겠습니까?"
"이거야 원. 벌들은 향기나라의 우군들인데 벌들까지 시퍼에게 조종당하는건가? 나원참."
"그나저나 저렇게 날아다니는 저벌들을 어찌다 처리하죠. 걱정이네요. 참담합니다."
벌들은 벌써 생명의 숲근처까지 활보하고 있었다.
"저 벌이 벌써 생명의 숲까지 활보하니 향기나라에 바이러스가 다 퍼졌다고 봐도 무방하겠군..휴~"
가엘 소장님께서 또 깊은 한숨을 들이쉬었다.
"소장님 그래도 저희에겐 생명의 샘이 있지 않습니까? 사태가 악화되는 것은 어떻게든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겠지? 그래 아직까지 향기의 씨앗이 있는데 최악은 아닐껄세. 힘을 내야지!"
"저 벌들을 처리하기는 힘들듯합니다. 그보다 생명의 샘물을 잘 활용하여..."
그때 헤라 아주머니가 급하게 달려왔다.
"소장님. 큰일났습니다. 생명의 호수 수압이 급격이 줄어들고 있어요."
"설마요..."
나는 속으로 우리의 마지막 남은 희망까지 사라지는건 아닌가하고 숨이 턱 막혔다. 하지만 생명의 호수는 거대하니까 괜찮을 꺼라 안도했다.
"빨리 가보세나!"
가엘소장님도 급히 서둘렀다.
우리는 설마하는 마음으로 급히 생명의 샘에 도착했다. 점점 물풀의 향기가 진하게 나는 것이 잃어버린 동산의 호수. 이 향기만으로도 나는 원기가 충전되는 듯하다. 하지만 생명의 호수는 벌써 수량이 반으로 줄어 있었다. 걱정이 된 헤라 아주머니가 말했다.
"아니. 애벌레 때문에 수량이 줄어들거는 알고 있었지만 지금 수압이 빠지는 상태는 심각한 정도예요. 어디서 누군가가 급격히 물을 퍼나르는 듯해요."
우리는 호수 주변을 수색했다. 잔잔하던 호수가는 잃어버린 동산 뒷편으로 다다를수록 큰 소용돌이가 치고 있었다. 소용돌이는 계속 거칠게 물을 빨아들이고 있었고 옆의 돌들을 빨아들이면서 더욱 커져가고 있었다.
"아니 저 거대한 소용돌이는 뭐란 말인가. 시퍼의 짓이 틀림없어. 이 시퍼 이자식을 그냥!!!"
가엘 소장님의 입에서 욕까지 나올 정도로 소장님은 단단히 화가 나셨다.
"잃어버린 동산에 들락날락 할때부터 네놈의 소행을 예의주시했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생명의 샘을 저렇게 퍼다 버리다니..다 네놈이 짜고 치는 계획이다 이거군. 이 괘씸한 놈 같으니라고."
"저렇게 큰 소용돌이가 일어나는걸 보니 물살이 아주 격한듯한데 어디로 빠지는 걸까요?"
나는 언제 저런 큰 구멍을 뚫었는지 저 물들은 어디로 빠지고 있는지 의아해서 소장님께 물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빨리 저 물살을 막아!!"
구멍의 크기는 2.5M는 족히 되어 보였다. 우선 옆의 돌들을 굴려서 막아보려했지만 물살이 워낙 급류라 작은 돌들은 모두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버리고 말았다.
"안되겠군. 우선 구멍보다 큰 무언가가 필요해..."
"그럼 우선 저기 배라도 가라 앉혀서 막아보죠..."
"좋은 방법이야. 하지만 그냥 배를 가라앉혔다간 바로 빨려들어가버릴꺼야. 대각선으로 걸쳐야해."
우리는 닻을 이용해 배의 고물과 후미를 각각 단단히 고정시켜서 배가 구멍으로 빨려들어가지 않게 고정시킨후 대각선으로 구멍으로 집어넣었다. 배가 대각선으로 걸리면서 큰 구멍의 1/3이 막혔다. 유속이 좀 느려지긴 했지만 입구는 거대했다. 계속 그 사이사이로 물이 계속 빨려 들어갔다. 우리는 헤라아주머니께 도움을 구했다. 물풀들은 근처의 나무둥치를 옮겨 나르기 시작했다. 또 나무를 걸치고 돌과 수초로 막으면서 하나씩 그 구멍들을 메꾸어 나가기 시작했다. 점점 소용돌이는 약해졌고 어느새 구멍은 막혔다. 하지만 많은 작업시간이 흘러버렸고 소용돌이의 힘은 거대했다. 벌써 호수의 물은 1/10이나 줄어버린 뒤였다.
"아~이 물로 도대체 얼마나 버틸수 있을런지.."
모두들 앞이 캄캄했다.
"크크크. 열심히들 버텨보게나. 열심히들. 크크크. 서로 살려고 발버둥치는 것만큼 웃기는 모습도 없으니까 말이야. 크크크"
저 동굴속에서 시퍼의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아무도 듣지는 못한 듯하다.
"리겔. 아직 그믐달이 뜨려면 멀었나? 크크. 난 두번의 기회는 주지 않아. 명심해 두었음 좋겠어. 크크크"
순간 소름이 끼쳤다.
'맞아. 그믐달이 뜰때까지 씨앗해독서를 들고 오라고 했었지..아~'
'그나 저나 시퍼는 왜 바이러스를 퍼트린 걸까? 생명의 샘물의 효능을 알고 있을까? 왜 생명의 샘물을 어디로 다 흘려버린걸까? 흘려버린걸까? 모아둔걸까..'
아~~머리속에 수많은 퍼즐들로 나의 역활은 복잡하기만 하다. 별이나 보러 산책이나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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