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주의보/향기나라뮤즈이야기

#1.12 보이지 않는 싸움

별신성 2012. 4. 4. 22:00

어두운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을 보라

그리고 그렇게 많은 별들 모두가 작은 점에 불과한 이유를 알겠는가?

 

#1.12 보이지 않는 싸움

간만에 뒤숭생숭한 마음도 씻을겸 데네브와 함께 천문관측을 나왔다. 밤하늘에 별들을 보면 내 마음도 그 깊은 밤하늘에 작은 별이 될수 있어서 좋다. 요즘 들어서 밤하늘을 보며 웃는 일이 자주 생긴다. 그것은 하늘에 방긋웃는 '달얼굴'을 보면서 나도 웃음을 짓기 때문이다. '달얼굴'이란 서쪽하늘에 빛나는 금성과 목성 아래 초승달이 빛나고 있어서 웃는 모양이 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말이다 :) 간만에 하늘이 선사해주는 윙크를 받으니 내 마음이 후련해진다. 같이 별을 보고 있는 이 친구 데네브는 별에도 관심이 많아서 200mm 반사만원경을 가지고 온 하늘을 수색하는 취미도 있다. 나는 내친김에 데네브와 뒷동산인 허브산에 올르기로 했다.

 

"캬~오늘 허브향기는 은은하면서도 톡 쏘는데 그래."

왠지 오늘따라 반짝이는 별을 안주 삼을 수 있을 만큼 허브의 향기가 향기로웠다. 내일이 쉬는 날이여서 은근히 마음이 놓이는가 보다.

"오늘은 별이 마구 쏟아지는구만. 망원경이 필요없겠어."

순간 하늘을 주욱 그으며 쓕~ 별똥별이 떨어졌다.

"앗~별똥별이다.!!"

그 사소한 줄무늬 하나에도 나는 뛸듯이 아이처럼 기뻤다. 나는 그 별똥별을 보며 향기나라에 아무일이 없기를 빌었다.

"자네 갑자기 진지한데. 별똥별을 보고 자넨 무슨 소원을 빌었어?"

"어. 향기나라가 아무 사고없이 평화롭길 빌었어. 또 제이 아저씨의 쾌유도 말이야."

"누가 정치하는 사람 아니랄까봐~하하. 나는 빨리 게이트웨이가 완성되길 빌었네. 호완성 테스트가 생각보단 시간이 지체되어서 말이야. 인간 세계의 네트웨크로부터 아무 신호가 오지를 않아. 어디 문제인지 못찾겠단 말이야."

데네브의 게이트웨이 개발이 생각보단 정체되어서 고민이 되는가보다.

"그래도 거의 완성되었으니 너무 걱정은 말어. 곧 넌 유명인사가 될꺼니까 싸인 연습이나 해놓으라구. 하하"

데네브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몰랐다.

저 오리온자리..나는 어릴적에 저 오리온자리의 가운데 세개의 별을 보고 가오리연을 상상했었다. 하늘을 멋지게 날아가는 힘찬 가오리연을 말이다. 나도 그렇게 너의 곁에 날고 싶다며 소원을 빌곤 했었지.. 옆에 큰개자리 시리우스가 불타는 듯 반짝인다. 별중에 가장 가까이에 있기에 가장 밝게 붉타는 시리우스. 저렇게 손아 잡힐듯 빛나지만 빛도 저기까지 도달하는데 몇년이 걸린다. 까마안 밤하늘. 이 무한한 시공간의 캠퍼스. 여기에 나는 모든 것을 그리고 상상할수 있다. 저 거대한 별들도 이 캠퍼스에서는 작은 점이기에 하나하나의 연필의 선이 되어준다. 오늘은 무슨 그림을 그려볼까나. 쌍둥이들에게 물어볼까. 안드로메다에게 물어볼까. 밤하늘에 저 많은 친구들은 모두 나의 말동무들이다. 이렇게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벌써 날이 밝아오려한다.

"이런..벌써 해가 뜨려하는군. 자네에게 미안한데"

"난 간만에 긴 밤을 이야기해줄 친구가 있어서 좋았는데 멀, 별도 마음껏보고 말이야. 어제 밤의 관측데이터로 향기나라의 미래를 예측해보고나서 나중에 알려줄게."

데네브는 요즘 점성술을 한다고 자기 나름의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허접한 수준이라서 믿을 만한게 못된다. 거의 다 틀리니까 말이다. 하지만 조금 커다란 사건은 맞춘 적도 있다. 예를 들어 돌고래자리의 초신성 폭발을 보고 안좋은 누군가가 나타날꺼라고 했다. 그땐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내가 나무랐는데 돌아보니 시퍼를 가리키는 거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데네브가 돌고래자리의 중간의 다이아몬드모양의 사각형은 '욥의 관'이라고 부른다며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데네브는 그 '욥의 관'에 초신성 폭발은 누군가가 깨어날 징조라고 구시렁 댔었다. 나는 평소처럼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렸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좀 신빙성은 있어보인다. 시퍼가 저렇게 활개를 치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큰 천체현상이 나타나면 나는 겉으론 아닌척해도 주의깊게 보고 세겨듣는 편이다. 하기야 자연현상은 우연이라고 보면 우연이지만 세상에 어디 우연이 어디있겠는가. 하찮은 나조차도 일을 저지를땐 생각하고 벌이는데 말이다. 그리고 녀석이 파리자리에서 유달리 유성우가 많이 떨어진다고 혹시 파리떼가 올지모른다고 해서 웃은 기억도 난다. 물론 파리와 메뚜기는 천지 차이지만 별자리에 곤충은 그 녀석뿐이니 곤충의 습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 이제 슬슬 하산해 볼까?

 

그때 몸에 누군가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몸에 들어오려고 해."

"리겔 자네도 그래? 난 아까부터 몸이 근질거려서 빨리 집에 가봐야되겠다고 생각했어."

"무슨 일이지? 빨리 내려가보자."

 

하산하는 길에 허브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허브의 온 몸에 퍼져있는 붉은 물집들을 보고 말이다.

"무슨 일이지? 허브들에게 물집이 난건 처음보는데...다른 식물도 아니고 허브가 말이야..."

"그러게 좀 더 가까이 가서 자세히 살펴보자."

"그런데 말이야.."

"가까이 가서.. 옮으면 어쩌지?"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데네브!!"

"나한테는 무척 중요한건데.."

"알았어. 내가 가까이 가서 살펴볼게. 넌 의사인 베델을 우선 불러."

"응. 알겠어. 미안.."

겁이 많은 데네브는 우선 베델을 부르러 달려갔다. 나는 우선 붉은 반점이 심각한 허브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요..저기 이봐요? 정신차려보세요!!"

"아..아.."

허브들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생전 아파본 적이 없었기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무슨 일이죠? 어찌된 겁니까?"

"잘...모..르..아..아.."

허브들은 무엇에 중독이 된 듯한 물집 증상이 보였다. 얼룩 덜룩한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흉했다. '나이거..참..' 향기나라의 뛰어난 한의사들로 알려진 허브들이 물집에 잡히다니 이런 건 난생 처음본다. 저번에 나의 무기력증도 로즈마리향기 덕분에 나은 적이 있는데...그런 강인한 허브들이 병에 걸린 것은 정말 희귀한 사건이다.

"그런데 이런 특이한 물집들에게 베델의 의술이 효과가 있을까 모르겠군."

우리는 급히 달려온 베델에게 허브들의 증상을 물었다.

"특이한 물집들이야. 허브들이 걸릴 병은 아니야."

베델은 특이한 물집들에서 액체를 체취해서 시험관에 담았다.

"확실한가? 허브가 걸리는 병, 안걸리는 병이 어디있어? 자세히 한번 살펴봐봐."

우리는 혹시나 우리도 감염이 될까 조금은 조심스러웠다.

"허브들은 우리도 알다시피 향기나라에서 뛰어난 치료사들이야. 그런 치료사들이 병에 걸린 건 안타까운 일이지. 그런데 문제는 허브들은 병에 잘 걸리지 않아. 이전에 곰팡이들과의 전쟁 기억하지? 그때 이후로 향기치료가 강해진 허브들은 병에 걸린 걸 본적이 없어. 향기들이 곰팡이로부터 공격을 받아도 허브들이 치료해주기 시작한 것도 그 이후부터지. 그런데 허브들이 병에 걸린 걸로 봐서는 곰팡이는 아닌 것 같기도 같아...아마 곰팡이보다는 더 작은 병원체같아. 그런데 그런 병원체가 뜬금없이 왜 허브들에게 옮겨온건지 알수가 없군..."

나도 의아했다. 허브하면 강인함이 먼저 떠오르는데 우리를 치료해주던 허브가 저렇게 얼룩 덜룩한 물집에 덮일 줄이야...

"우선 가엘 소장님께 사건을 보고하자. 그리고 물집이 더 퍼질수도 있으니 허브들이 허브마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아야겠어."

허브마을에 물집이 발생한 후 향기나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허브들이 병에 걸려 있는 동안에 향기나라에 다른 전염병이 돌면 모두가 몰사한다는 소문말이다. 물론 허브들이 향기들의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긴 하지만 그외에도 베델같은 의사들이 있다. 허브가 병에 걸렸다는 것에 불안을 느낀 향기들이 괜히 걱정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런 쓸데없는 괴소문이 떠도는 것이다.

가엘 소장님은 갑작스런 전염병 발생에 또 일정이 바쁘시다. 그나마 메뚜기같은 위협적인 존재들은 아니지만 향기나라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길이 없기에 불안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이다. 가엘 소장님을 옆에서 보조하며 도와드리고 싶지만 전염병이 도는 이곳에선 내가 도와 줄 것이 없다. 도리어 걸리적 거릴 뿐이다. 그래서 나는 표본을 조사하고 있을 베델에게 가 보기로 했다.

베델도 간만의 실험에 정신이 없는 것 같다. 내가 들어와도 본 채 만 채하는 걸보니 말이다.

"뭐 좀 나온 게 있어?" 베델은 나를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게 우리가 보통 걸리는 곰팡이류는 아니야. 세균이지. 그리고 세균 중에서도 향기나라에서는 보지 못한 종류야."

나는 세균이라는 말에 놀랐다가 향기나라에서 못본 세균이라는 말에 궁금해서 물었다.

"향기나라에 없던 세균이라니?? 그럼 어디서 왔단 말이야?"

"보통 세균은 우리가 익히아는 곤충들에게서 전염이 되는데 이건 아니야. 곤충들이 옮기는 세균은 아니란 애기지."

"그럼 곤충이 안 옮긴다면 바람이 옮기진 않겠지?" 나는 설마하며 농담조로 물었다. 그러자 베델은 언제나 그렇듯 나의 농담을 웃으며 받아 준다.

"그럴 지도 모르지. 바람이 아니면 귀신이 했을 수도 있으니 수사의 범위를 넓혀야 겠어. 하하."

베델은 한바탕 웃더니 웃음을 그치고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저번의 그 진딧물들이 의심스럽긴해...그런데...식물들 중에 이런 물집 증상을 보이는걸 본 적이 없어서 말이야. 하지만 인간들이 앓는 천연두와 비슷하긴 한데... 그런게 식물에 걸리진 않지..."

"베델..너 하다하다 이젠 별 이상한 소릴 다하는구나. 인간의 병을 우리 식물이 어떻게 앓아? 하하. 조금 있음 우리 상사병도 앓겠는데? 인간이 가장 크게 앓는다는 병 말이야.하하"

"그지? 나도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해. 그렇겠지? 하하. 하지만 너무 이상한 현상이니 나도 좀더 알아봐야겠어."

나는 농담을 던졌지만 인간이라는 말에 왠지 마음이 뒤숭숭했다. 그 인간이라는 말이 때문에 말이다. 인간..인간.. 그 인간이라는 말이 계속해서 뇌리속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인간...인간들은 우리에게 이로운 존재들이 였는데...어쩌다 이렇게 관계가 점점 복잡하게 흘러가는 거지? 동물계도 인간이 잘 꾸려나가고 있는데...문명도 자연적으로 사는 우리들보다 훨씬 발전했고 말이다. 인간이라는 말에 갑자기 그 시퍼의 죽은 인간의 시체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썩어가는 시체 옆에 서있던 시퍼. 그 시체옆에서 그 시퍼는 무슨 상상을 했을까...

그때 데네브가 황급히 나를 불렀다.

"큰일났어. 골든 튤립이 시들어 죽었다는 긴급 속보야."

골든 튤립이면 향기나라에서 아름답기로 유명한 배우 출신들이다. 혹시나 허브마을 전염병이 거기까지 퍼졌을지 모르는데... 큰일이군. 서둘러서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