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선인장
박원주
비가 내린다
발걸음의 사막에 내리는 간만의 홍수.
비에 빠져 죽을까봐 우산의 배를 탄다
-선인장과 비
서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물의 두 가지.
시나브로 나를 떠나 하늘과 동거하던 비가
다시 내게로 내리는 이유는...
-세례(洗禮)
내리는 빗물과 수직으로 내달리며
이제껏 가두었던 진실의 땀을 마음껏 흘린다.
태양에 말라 지친 심성(心性)의 눈가를 촉촉이 적신다.
사막의 선인장처럼 벗어던지는 나의 잎.
일생에 한번뿐인 노아의 홍수처럼
증오하는 모든 자취를 기별없이 씻어 버린다
비가 그친다
짧았던 생(生)을 마치고 발현(發顯)하는 비의 영혼.
또 잊혀져 시들어 버릴
빗살무늬 약속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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