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둔 사진 뒷이야기
박원주
안개 낀 아침 호숫가
물고기가 하품하는 소리.
해뜨는 언덕에 올라
철새들의 힘찬 날개짓에 셔터를 파다닥 누른다.
차알칵 소리에 꺾이어지는 풍경의 영혼.
영원히 살으라고 필름 화병에 차곡 구기어 담는다.
3차원을 소유하고 픈 2차원의 인상파.
빠른 미(美)의 복사에 차원의 경계는 무너져 내린다.
절대로 웃지 않는 소녀의 웃음과
찬 겨울에도 낙화하지 못하는 코스모스 꽃과
영원히 흐를 수 없는 폭포수를 떠받친
작은 필름 액자의 무게.
늘 지나던 대나무숲 암자에 앉아
바람이 세는 풍경소리를 같이 그리며 세어 본다.
솨아아 댕그렁~땡. 차알카악.
이제 침묵하는 처마 끝 저 풍경은
어언 바람이 휘돌며 흔들어 주려나.
까만 동공 속 거리를 거니는 인상파의 후예들.
2차원의 네모난 추억 속에서
영원히 웃어대는 나의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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