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꽃 무성히 피던 날
박원주
탱자나무 가시가시 사이로
탱자꽃이 무성히 피던 날
맨 가슴으로 여린 꽃들을 꾹 껴안아 봅니다
하이얀 꽃잎들이
태양을 향해 기지개를 펼 때
다섯 꽃잎 하나씩 대견스럽게 쓰다듬어 줍니다
노랗게 해 담은 스물셋 파도들이
커다란 바다속 빛나는 등대를 보며
보리수염 간질이며 젊은 날을 보내고 있네요
언젠가
가시로 빈 담장을 외로이 지키며
사랑을 거부하며 아파한 나날들.
고드름처럼 자랐던 한 겨울날의 가시들이
피어나는 꽃과 함께 서서히 녹고 있네요
가시틈 비집고 하얀 손을 내미는
먹지도 못하는 새큼한 탱자의 향.
이제는
그 날을 잊고
누군가를 고대하며
촌스런 탱자꽃을 가만히 틔워 봅니다
빈 가슴 흠뻑 가시에 취해
마음껏 사랑하며 마음껏 아파하며
시들어가는 탱자꽃을 사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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