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추억의습작들('08)

2πr[11] 할미꽃 수레바퀴

별신성 2012. 2. 15. 20:46

할미꽃 수레바퀴 

          박원주 

양지바른 무덤가 메마른 잔디사이 
심심한 할미꽃이 쪼그리고 앉아있다 
같이 나도 쪼그려 앉아 휜 허리를 펴드리며 
백발 뒤에 숨겨진 눈동자를 찾아본다 

할매는 주글주글한 젊은 추억을 보듬고 
심심한 세월의 장단에 맞추어 
흐뭇한 반추의 미소를 짓는다 

누군가 앗아간 푸르른 세월이 
얄밉게 한스럽고 후회스러울 텐데 
시들어 져갈 날도 멀지 않았을 텐데 
굽은 허리에 거대한 수레를 끌고 
이 무덤 저 무덤 기웃 거리며 
넋들이 남기고간 추억의 고물을 줍고 있다 

허풍쟁이 약장수 세월에 투덜거리다가도 
떨어진 추억의 사탕을 주울 때면 
밀봉된 그 껍데기의 신선한 딸기그림마냥 
한없이 천진한 얼굴로 웃음꽃을 피운다 

양지바른 무덤가 메마른 잔디사이로 
심심한 할미꽃이 덜컹 거리며 
세월의 빈 수레를 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