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객관적 감사 -2018.10.01.월
별신성
2018. 10. 2. 07:57
객관적 감사
-신성-
세월에도 감사하리라
어느덧 져가는 녹음 한켠에
반가이 인사하는 무지개빛 단풍.
그 첫인사를 나는 받아주지 못했다
익어가니 감사하리라
풍성한 가을 들녘 메달린 열매들은
값없이 주어진 햇살의 잉태.
가을에 물들어 익어가는 나를 본다
찬바람이 오기전 감사하리라
외투를 껴입고 산책을 하다
시원한 바람 뒤켠 찬 공기에 놀라
아 왜 따뜻했던 여름을 즐기지 못했을까?
후회가 혼잣말처럼 기어나오다
못내 아쉬운 절정의 가을을
두눈에 흠뻑 적신다
찬바람이 불어도 감사하리라
꽉막힌 실내에 보일러가 돌고
길어져가는 고드름을 종유석처럼 감상하다
여기가 동굴인가?
갇힌 방안에서 고래고래 노래를 부른다
밖에는 흰 눈이 내리고
걸쳤던 나시 그대로 나가 흰 눈을 대한다
추워도 변하지 않는 내안에 온기
살결에 녹아흐르는 흰 눈
그 열정이 굴곡이 많은 커브길에
나를 달리게 만든다
쓰러져도 감사하리라
쓰러져 아파할때
불쑥 털고 일어나는 빅뱅의 순간
일어났기에, 다시 섰기에, 힘이 있기에, 나을 것이기에, 또 하면 되기에, 그런 마음이 들기에, 몸이 멀쩡하기에, 바뀐건 없기에...
수없이 태어나는 인과의 끈들을 당기며
어릴적 종이컵 수화기를 들고 한마디
그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나와 함께 해줘서 고맙다’
어느덧 감사는 내 감정을 넘어
너를 향해, 가을을 향해, 인생을 향해, 영원을 향해
무수히 발현하고 있다
*어제는 추수감사절이고 오늘은 10월첫날이라 감사하며 살아야지 맘을 다잡는데 가을들판이 감사하다가도 슬프고 마음이 오락가락한다.